관중석 썰렁해도… 회장님들 “내 마음속 1등 스포츠” 열혈 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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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밑지원 속도내는 총수들

아이스하키-정몽원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가운데)이 2011년 3월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선수 대기실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라그룹 제공
아이스하키-정몽원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가운데)이 2011년 3월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선수 대기실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라그룹 제공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을 늘려 스포츠에서도 동반성장을 이끌겠다.’

대기업 총수들이 비인기 스포츠에 대해 ‘애정어린’ 지원에 나서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올림픽 등 국제경기 출전을 제외하고는 사회적인 관심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스포츠 종목을 후원하는가 하면 직접 해당 종목의 협회장을 맡아 선수 육성에 나서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 안양종합운동장 실내빙상장. 파카 차림의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부인 홍인화 여사와 함께 본부석에서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안양 한라 대 일본제지 크레인즈의 경기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한라그룹이 운영하는 프로팀 안양 한라가 4-3 승리로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리그 2위에 오르자 정 회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정 회장은 소문난 아이스하키 마니아다. 정 회장은 한라그룹이 1994년 에어컨 사업 홍보를 위해 프로팀을 창단하면서부터 아이스하키와 인연을 맺었다. 낙후된 국내 경기 환경 속에 팀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며 정 회장은 점차 애정을 키웠다. “두 가지 소원이 있는데 하나는 한라그룹의 복원이고 또 하나는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평창 겨울올림픽 본선 진출”이라고 줄곧 말해왔다. 정 회장은 지난달 25일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선출된 뒤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양궁-정의선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해 8월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대표단이 출전한 양궁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양궁-정의선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해 8월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대표단이 출전한 양궁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현대차는 양궁, 한진그룹은 탁구에 애정

기업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985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이래 양궁 후원에 힘써 왔다.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대를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4년. 2005년부터 3번째 연임이다.

정 부회장은 취임사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한다면 우리의 영광은 한 시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창의적인 변화와 도전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대비해 엘리트 선수의 집중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협회 총회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국가대표 기보배 선수(광주시청)와 환담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양궁선수들을 친동생처럼 보살핀다”고 전했다.

탁구-조양호 회장 지난해 7월 태릉선수촌을 방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선수단의 모습을 지켜보며 격려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탁구-조양호 회장 지난해 7월 태릉선수촌을 방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선수단의 모습을 지켜보며 격려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탁구 사랑’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달 24일 대한탁구협회장 연임에 성공한 그는 탁구선수들의 개인사를 직접 챙기기도 한다. 조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탁구팀 소속인 김경아 선수가 ‘2세 계획’을 위해 현역에서 은퇴키로 하자 “일보다 가정을 우선할 때”라며 그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현정화 전 국가대표 감독이 탁구 국제행정가를 목표로 지난해 8월 어학연수를 떠날 때는 조 회장 자신과 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의 모교이자 조 회장이 재단이사를 맡고 있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를 소개해줬다. 조 회장은 USC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어학코스의 추천을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사격-이석채 회장 이석채 KT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7월 자신의 집무실에서 KT 사격단 소속 진종오(왼쪽) 강지은(오른쪽) 선수를 초청해 격려하고 있다. KT 제공
사격-이석채 회장 이석채 KT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7월 자신의 집무실에서 KT 사격단 소속 진종오(왼쪽) 강지은(오른쪽) 선수를 초청해 격려하고 있다. KT 제공
○ 10대 그룹 스포츠 지원, 국가예산의 절반

지난달 21일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으로 재선된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자전거 전도사’를 자처하며 후원에 힘을 쏟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자사가 운영하는 사격과 하키 선수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 선수에게는 경기용 권총을 구해주기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24일 대한핸드볼협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핸드볼만큼은 계속 맡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이 바쁜 경영일정을 미루고 스포츠 관련 행사에 제 일처럼 나서는 일이 많다”며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비인기 스포츠 육성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1년 10대 그룹의 후원금 등 스포츠 관련 지출액은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8403억 원)의 절반을 넘는 4276억 원이었다.

이진석·김용석 기자 gene@donga.com
#비인기스포츠#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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