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도 하세요” 별다방-콩다방의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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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나홀로족 겨냥… 외식업으로 점차 발넓혀

커피전문점에 식사메뉴가 14개 커피빈코리아는 최근 광화문점에서 파스타, 피자 등 이탈리안 레스토랑 메뉴 14개를 선보였다. 커피만 팔던 유명 커피전문점들이 최근 식사 메뉴를 내놓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커피전문점에 식사메뉴가 14개 커피빈코리아는 최근 광화문점에서 파스타, 피자 등 이탈리안 레스토랑 메뉴 14개를 선보였다. 커피만 팔던 유명 커피전문점들이 최근 식사 메뉴를 내놓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아메리카노 두 잔… 어, 여기 스파게티 팔아요?”

서울 광화문 부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준선 씨(33). 최근 커피빈 광화문점에서 스파게티와 샐러드, 피자 등 ‘한 끼 식사’를 판다는 안내 문구를 봤다. 미리 조리된 식품이나 가공식품일 것이라 생각하며 1만2000원짜리 ‘1인 런치 세트’를 주문했다. 김 씨 앞에 나온 것은 미니 샐러드와 파스타, 마늘빵이었다. 커피 바리스타들 뒤로 23m²(약 7평) 남짓한 공간에서 흰 가운을 입은 주방장들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 커피숍에서 밥 먹는 시대

커피빈 광화문점은 이달 초부터 식사를 팔기 시작했다. 박상배 커피빈코리아 대표는 광화문점을 ‘테스트 마켓’으로 삼아 파스타, 피자, 샐러드 등 이탈리안 레스토랑 메뉴 14개를 선보였다. 5900원짜리 메뉴부터 1만9000원인 2인 세트 메뉴까지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커피빈은 10년 전에도 광화문점에서 외식 사업을 하다가 1년도 안 돼 접었다. 10년 만에 재도전하는 셈이다. 장윤정 커피빈 상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출신 주방장 4명을 새로 뽑았다”며 “업무 때문에 밥을 거르는 광화문 주변 직장인들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유명 커피전문점들이 최근 잇달아 식사 메뉴를 내놓고 있다. 커피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커피만 팔아 수익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커피전문점들이 넘쳐 나기 때문이다.

카페 안의 작은 푸드코트 스타벅스코리아는 푸드 특화 매장을 내고 수프, 파니니, 라자냐 등 40개 메뉴를 팔고 있다. 곧 문을 여는 서울대병원점에서는 죽을 파는 것을 검토 중이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카페 안의 작은 푸드코트 스타벅스코리아는 푸드 특화 매장을 내고 수프, 파니니, 라자냐 등 40개 메뉴를 팔고 있다. 곧 문을 여는 서울대병원점에서는 죽을 파는 것을 검토 중이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업계 매출 1위인 스타벅스코리아는 3월 개장 예정인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내 매장에서 죽 메뉴를 파는 것을 검토 중이다. 환자와 방문객 등을 대상으로 한 특화 메뉴다. 스타벅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청점플러스와 동부이촌동점 등 두 곳에서 수프, 파니니, 라자냐 등 40개 메뉴를 신세계SVN(옛 조선호텔베이커리)에서 공급받아 팔고 있다.

엔제리너스는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을 겨냥해 빵과 샐러드, 과일, 커피 등을 7000원에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조식 뷔페 서비스’(오전 7시 반∼10시 반)를 운영 중이다. 무교점에서만 하다가 반응이 좋아 최근 여의도 잡지회관점에서도 시작했다. 와플 등 디저트 메뉴를 팔아 오던 카페베네도 최근 ‘단팥죽’을 내놨다.

○ 커피숍 같은 식당, 식당 같은 커피숍

지난해 국내 전체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약 1조85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2% 성장했다. 하지만 성장률은 2011년(41.4%)보다 다소 낮아졌다. ‘한 집 건너 한 집’ 수준으로 매장이 생기면서 업체들은 외식 메뉴를 통해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식당에 혼자 가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스터디족’ 등 오래 앉아있는 고객들을 상대로 음료 외에 다른 메뉴도 먹게 해 추가 매출을 올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외식업체들은 거꾸로 커피에 도전하고 있다. 피자 전문 브랜드 ‘미스터 피자’를 운영하는 MPK그룹이 만든 머핀 카페 ‘마노핀’과 ‘한솥도시락’이 지난해 말 커피와 도시락을 함께 팔겠다며 만든 카페 ‘찬차마요’가 대표적이다. 김상호 MPK그룹 마케팅본부장은 “품목을 다양화해 고객을 늘리려다 보니 외식업계 간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사와 후식을 동시에 파는 ‘원스톱 매장’으로 외식업계가 변하고 있다”며 “새로 도전하는 메뉴는 비싸지 않게 해 가격 경쟁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채널A 영상] 음료수의 불편한 진실…밥값보다 비싸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커피숍#외식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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