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불황에 시달리던 국내 조선업체들이 새해를 앞두고 연달아 대규모 일감을 따내며 내년도 전망을 밝게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3일 10억5000만 달러(약 1조1235억 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브루나이 국영가스회사와 15만5000m³급 LNG선 1척, 현대삼호중공업이 그리스의 마란가스와 17만4000m³급 LNG선 4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각각 맺었다. 마란가스와의 계약에는 옵션 2척도 포함돼 있어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수주도 가능하다. 해당 선박은 2016년까지 선주에게 순차적으로 인도될 계획이다.
STX조선해양 또한 영국의 선사 BP시핑과 16만 DWT급 탱커 3척과 11만 DWT급 탱커 10척을 7억 달러(약 7500억 원)에 인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BP시핑은 세계 3대 오일메이저 중 하나인 BP의 해상운송 분야를 맡고 있는 자회사다. 단일 계약으로 13척을 수주한 것은 올해 STX조선이 맺은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로, 향후 옵션까지 감안하면 총 21척, 11억3000만 달러 규모로 커질 수 있다.
조선업계는 연말에 잇따라 이뤄진 대규모 수주가 내년 조선경기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STX조선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있는 데다 상선(商船)시장의 회복세도 예상된다”며 “조선업계가 올해의 부진을 씻고 내년부터는 점차 일감이 많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체들이 연간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연말 수주에 사활을 건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조선업체 가운데 올해 가장 선전한 곳은 곧 11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대우조선해양. 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계약을 포함해 당초 목표였던 240억 달러 중 135억 달러를 달성했고, STX조선은 BP시핑 수주까지 합쳐 75억 달러의 계약을 따내 목표(150억 달러)의 절반을 가까스로 채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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