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신자 장충동왕족발 대표는 “외식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고객의 소중함을 깨닫고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일본의 대형마트에서 곧 우리나라의 대표적 서민 음식인 족발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족발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 ‘장충동왕족발’은 내년 2월부터 매주 한 컨테이너 분량(1억8000만 원어치)의 족발을 일본에 수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회사의 족발은 일본 대형마트 업계 1위인 라이프와 6위인 야오코의 370개 점포에서 팔리게 된다. 장충동왕족발 측은 국산 족발이 일본에 수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장충동왕족발은 일본 전역에 1800여 곳의 점포를 두고 있는 한 이자카야 체인과도 제품 납품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장충동왕족발의 ‘냉채족발’. 장충동왕족발 제공○ “우리 맛으로 일본 시장 잡겠다”
식품 위생에 대한 기준이 높은 일본 수출 판로를 뚫은 비결에 대해 신신자 장충동왕족발 대표(58)는 “품질 관리를 깐깐하게 해 온 덕분”이라며 “우리 제품이 안전하다고 따로 광고를 한 적은 없지만 창사 후 28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3월 일본 검역원 관계자가 방한해 재료 구입부터 보관, 가공,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조사한 뒤 장충동왕족발에 합격 판정을 내렸다.
일본에 수출하는 족발은 포장에 ‘장충동왕족발’ 상호를 큼직하게 넣고 맛도 국내에서 팔리는 것과 똑같게 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앞서 보쌈김치를 수출하면서 일본인의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제대로 된 우리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장충동왕족발이 수출 중인 보쌈김치는 일본 현지에서 다른 제품보다 30%가량 비싼 300g당 398엔(약 5094원)에 팔리고 있다.
○ 품질이 최고의 가치
신 대표는 1997년 부산에서 장충동왕족발의 가맹점주로 족발사업에 뛰어들어 2001년 본사를 인수했다. 그가 본사를 인수할 때만 해도 60여 곳이던 장충동왕족발의 가맹점 수는 11년 만에 170개로 늘었다.
“점주 시절부터 ‘고객에게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나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킨 덕분”이라고 신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말 원재료인 생족이 모자라 가맹점에서 요구하는 물량의 70%밖에 공급을 못해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며 “음식이 떨어졌다고 하면 손님이 다시 찾아오지만 한 번 질 낮은 음식을 팔면 외면을 당한다며 점주들을 설득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채소값이 크게 올랐을 때는 두 트럭 분량의 무를 통째로 폐기처분한 일도 있다. 직원들이 구입한 무가 맘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직원들에게 1000만 원짜리 품질관리 교육을 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에 50개 점포 내는 게 내년 목표”
장충동왕족발의 내년 목표는 수도권에 최대 50곳의 신규 점포를 내는 것이다. 장충동왕족발은 인천 경기 지역에는 20여 개 점포가 있지만 아직 서울에는 없다. 신 대표는 “1984년 대전 중구 은행동에서 출발한 장충동왕족발에 서울은 마지막 도전 대상”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려는 사람들에게 “족발뿐 아니라 치킨이나 커피전문점을 하더라도 최소한 기존 점주 20명은 만나보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수업료로 쓸 시간이 어디 있느냐”며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을 버리고 사업을 준비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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