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만구수산 정희석 사장 “어묵회사 사장 아들? 입대 전날까지 걸레질”
동아일보
입력 2012-12-17 03:002012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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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회사 물려받아 포장 자동화로 생산성 높여
매년 20% 이상씩 성장… 올해 매출 160억원 기대
정희석 만구수산 사장은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만구수산 제공
“유럽이나 일본 회사들처럼 묵묵히 가업을 이어 장수하는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묵·냉동식품 제조업체인 만구수산㈜ 정희석 사장(38)은 꿈을 묻는 질문에 단호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만구수산은 정 사장의 부친인 정만규 회장이 정 사장이 태어난 해인 1974년 설립했다. 정 사장은 회사를 2008년 물려받았다.
그는 “대표이사를 맡은 지 5년, 회사에 입사한 지는 13년째지만 38년 동안 회사와 함께 자라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소개했다. 대학 시절 방학 때는 물론이고 입대 전날도, 제대한 다음 날도 회사에 나와 청소를 도왔다. 2007년 60억 원가량이던 만구수산의 매출은 정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08년 이후 매년 20% 이상씩 성장해 지난해 140억 원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160억 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그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포장 부분을 전부 자동화했다. 정 사장은 “처음엔 정리해고를 염려한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기도 했지만 ‘해고는 없다’며 설득한 덕분에 공장을 정상 가동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인위생을 강화하고 전 제품에 대해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을 도입하는 등 제품의 위생 수준도 한 단계 높였다.
만구수산은 공장이 경남 사천시에 있기 때문에 정 사장은 인재 부족이 늘 안타까웠다. 이 때문에 직원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표준협회 등에서 강좌가 개설될 때마다 직원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격려하고 교육비도 지원한다.
정 사장이 대표가 된 이듬해인 2009년 의욕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다가 중간 유통업체가 부도를 내 수억 원의 손실을 본 적이 있다. 그는 “문제가 된 업체 대표와 사이가 틀어지기는커녕 서로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하면서 인간적인 관계를 쌓게 됐다”며 “이후 유통업체 대표가 신경 써 줘 손실 대부분을 메운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거래처까지 확보할 수 있어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때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그는 고백했다.
정 사장이 대표이사가 됐을 때 ‘실력도 없으면서 아버지 덕분에 대표이사가 됐다’, ‘30대의 젊은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등의 질투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다. 그는 “그런 목소리들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며 “만구수산을 ‘최고의 수산물 전문업체’로 키워 스스로 경쟁력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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