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가격경쟁력 확보와 현지화를 위해 해외에 지속적으로 공장을 지으면서 해외에서 생산한 제조업 매출액이 국내 제조업 수출액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생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출이 여전히 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국내 기업환경이 지속적으로 나빠질 경우 ‘제조업 공동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해외투자 증가에 따른 수출구조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제조업 수출액 대비 해외 생산 매출액 비율은 2005년 24.6%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0년 51.4%까지 늘어났다. 국내 상품수출액이 2005년 2898억 달러에서 지난해 5517억 달러로 90.3% 늘어난 걸 고려하면 해외 생산은 이보다 갑절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해외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이 늘어나는 건 자칫 그만큼 국내 수출을 줄이는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오히려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한국 기업의 해외공장이 국내에서 생산된 원자재 및 부품을 구매해 ‘파이’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태 지경부 수출입과장은 “가전제품, 완성차 등 소비재 수출을 대체하는 효과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석유화학제품 등 원자재나 반도체, 기계, 부품 등 자본재 수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커 총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전체 수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29.1%에서 지난해 15.0%로 급감했다. 반면 자본재의 수출비중은 같은 기간 41.7%에서 49.8%로 8.1%포인트 늘었고, 원자재 비중 역시 이 기간 29.2%에서 35.2%로 증가했다.
자동차의 경우 2001년 해외 생산 비중이 3.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0.3%에 이르면서 자동차 부품 수출을 230억88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견인차 노릇을 했다. 해외에 있는 한국 완성차 생산기지가 국내 자동차 부품을 수입해 쓰기 때문에 그만큼의 국내 부품업체의 수출이 늘어난 것이다. 자동차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부품업체들로부터 위탁받아 만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제품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하지만 최근엔 현대, 기아차 해외공장으로의 수출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생산기지로 각광받고 있는 베트남으로의 무선통신기기 부품 수출이 2008년 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2억7900만 달러로 무려 255.8배로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다. 섬유분야 역시 의류 등 완제품 수출은 1990년 88억9000만 달러에서 30억3000만 달러로 절반 이상 감소했지만 섬유원료 및 실 등 원자재의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선순환 구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기술 경쟁력에서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을 쫓아가지 못하고 가격 경쟁력에서 신흥국들에 쫓길 경우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이들 중간재를 역수입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또 해외로 생산기지가 빠져나가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내 고용 및 총생산(GDP)이 감소하는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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