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 의미… 젊은 조직, 순혈주의 파괴, 금융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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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올해 사장단 정기인사 내용을 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로 ‘조직을 더 젊게 만들고, 실력만 있으면 출신은 묻지 않으며, 금융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인사 발표가 나기 전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에 비판적인 사회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경영권 승계와 연결시켜 해석하지 말아 달라”면서도 “이 부회장 내정자가 최고경영진의 위치에서 더 깊고 폭넓게 전자사업 전반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내정자의 그룹 내 역할이 확대되면 그룹 경영진의 세대 교체에도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출신, 특히 삼성전자 출신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외부에서 영입한 핵심 인재를 중용했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한 특징이다. 사장으로 승진한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방송사 앵커 출신으로 삼성에 전무로 경력 입사했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 사장으로 임명된 홍원표 부사장도 KT 임원 출신이다.

지난해 삼성전기 최치준 사장을 내부에서 발탁한 데 이어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부사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내부 승진한 것도 그룹 안팎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 출신 임원이 다른 계열사 사장으로 가는 관행이 있어 비(非)전자 계열사에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후자(後者·삼성전자의 뒤에 있는 회사라는 의미)’로 나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성과주의에 입각해 실력만 있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그룹에 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금융계열사들도 삼성전자처럼 일류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전략실에서 이인용 사장과 함께 임대기 부사장이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데 대해 “대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최근 연말 인사를 실시한 다른 그룹처럼 삼성에서도 홍보 담당 임원들이 약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강명·정지영 기자 tesomiom@donga.com
#삼성#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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