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LED가 대안이다]<上>지하주차장을 LE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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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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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조명 60% LED로 바꾸면, 원전 3곳 새로 짓는 효과”

대낮처럼 밝은 지하주차장 지난달 27일 서울 도봉구 창동 삼성래미안아파트 지하주차장. 형광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꿔 달면서 어두웠던 공간이 한층 밝고 화사해졌다. 한국LED보급협회 제공
대낮처럼 밝은 지하주차장 지난달 27일 서울 도봉구 창동 삼성래미안아파트 지하주차장. 형광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꿔 달면서 어두웠던 공간이 한층 밝고 화사해졌다. 한국LED보급협회 제공
《 지난해 9월 15일. 전국은 ‘블랙아웃(대정전)’ 직전까지 갔다. 400만 kW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예비전력은 이날 한때 24만 kW까지 떨어졌다. 대한민국은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전력난 때문에 가슴을 졸인다. 하지만 당분간은 절전(節電) 외에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전기를 아끼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효과적이고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쓰는 것이다. 3회에 걸쳐 LED 조명의 활용사례와 전력대란을 막는 대안 등을 소개한다. 》
“형광등을 켤 때보다 훨씬 밝습니다. 전기요금도 40% 이상 줄어든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인 셈이지요.”

지난달 30일 서울 도봉구 창동 삼성래미안아파트 지하주차장. 이 아파트의 나진석 관리사무소장은 LED 등으로 바뀐 천장을 가리키며 “어둡고 칙칙했던 주차장이 한층 화사해졌다”며 밝게 웃었다.

○ 더 밝고 전기도 덜 먹는 LED 조명

이 아파트가 완공된 건 1992년이다. 1668채의 대규모 단지라서 지하주차장도 다른 아파트보다는 넓은 편이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면서 넓은 공간은 점점 관리하기 부담스러워졌다. 툭하면 수명이 다한 형광등을 갈아 끼워야 했고, 형광등 500여 개를 켜놓는 데 드는 전기요금도 만만치 않았다.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LED 조명을 쓰면 전기요금이 40∼50% 줄어든다는 얘기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개당 10만 원이 넘는 가격이 문제였다. LED 조명은 공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개당 가격이 7만 원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설치비, 인건비를 합치면 교체하는 데 많게는 5000만 원 가까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던 중 올해 초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서울시와 한국LED보급협회가 협약을 맺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조명을 싼값에 LED로 교체해준다는 것이었다. 구매와 설치에 드는 비용은 향후 3∼5년간 매달 줄어드는 전기요금으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협회는 LED 조명 한 개 가격을 5만 원대로 낮춰 공급해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향후 5년 동안 조명이 고장 나면 무상으로 애프터서비스도 해준다.

관리사무소는 8월 아파트주민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주차장 조명 교체작업을 추진했고 지난달 27일 LED 등 설치를 마무리했다. 522개의 등을 바꾸는 데에는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나 소장은 “처음에는 초기 비용이 적지 않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주민들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등을 2개 중 하나만 켜도 충분히 밝아 비용을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2060계획’ 앞당겨 연400만 kW 절약

창동 삼성래미안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의 조명을 LED로 바꾼 아파트는 지난달 말까지 147곳으로 늘어났다. 한국LED보급협회에 따르면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300개의 32W 형광등을 18W LED 조명(개당 5만7200원)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1716만 원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300개의 형광등을 켜면 월 전기요금은 91만9800원가량 나오는 반면 LED 조명은 47만3040원에 그친다. 연간 아낄 수 있는 전기요금은 536만 원. 3년 정도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ED 조명은 수명이 약 5만 시간으로, 하루 24시간 사용하면 5년 7개월을 쓸 수 있다. 수명이 약 1만2000시간인 형광등보다 4배 이상으로 길다. 등을 항상 켜놓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비용을 회수한 뒤에도 5년간 3802만 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LED 조명의 전력소모량은 형광등의 50%, 백열전구의 10% 수준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LED 보급률은 공공부문 7%, 민간부문 1%에 그치고 있다. 값이 비싸다는 점이 발목을 잡아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광 효율을 높인 조명이 잇따라 출시되고 가격도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도 지난해 6월 ‘2020년까지 전체 조명의 60%를 LED로 바꾸겠다’는 내용을 담은 ‘2060계획’을 발표했다. 협회는 2060계획을 앞당겨 실행한다면 연간 400만∼500만 kW의 전기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00만 kW는 예비전력 정상범위 하한선이다.


특히 올겨울은 한파와 영광원자력발전소 3기 정지 등으로 유례없는 전력난이 예상된다. 지식경제부는 예비전력이 12월에는 171만 kW, 내년 1월에는 127만 kW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호 한국LED보급협회장은 “LED 조명 보급 확대로 절약되는 전력은 원전 3곳에서 생산하는 양과 같다”며 “2060계획을 앞당기면 짧은 시간에 손쉽게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LED#지하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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