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는 기업들]청소년에 꿈 주는 인재육성,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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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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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전략적 기능기부의 현장

SK해피쿠킹스쿨 교육생들이 결식이웃에게 전달할 김장을 담그기 위한 재료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해피스쿨은 SK행복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전문직업교육 프로그램이다. 재능과 열정을 지닌 청소년이 전문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1년간 교육 과정을 지원한다. SK 제공
SK해피쿠킹스쿨 교육생들이 결식이웃에게 전달할 김장을 담그기 위한 재료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해피스쿨은 SK행복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전문직업교육 프로그램이다. 재능과 열정을 지닌 청소년이 전문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1년간 교육 과정을 지원한다. SK 제공
《‘일부 대기업의 부실이 금융 불안, 실업 증대, 중소기업 압박 등으로 이어져 지역사회와 국민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업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에 눈을 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생존 기반을 잃게 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997년 내놓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의 일부분이다. 1997년은 한보그룹의 부도를 시작으로 외환위기까지 일어나 국내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한 해였다. 당시 보고서는 “불황이 닥치자 일부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켰다”며 “호황기에 벌인 활동의 순수성이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10여 년이 지난 지금 기업들의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막무가내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단순한 책임감으로 사업을 벌이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핵심 요소로 사회공헌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쓰는 비용도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늘어났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최근 국내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 327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민간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에 매년 매출액의 0.07%인 63억8000만 원을 평균적으로 쓰고 있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비용 비율은 0.09% 수준이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돈을 잘 버는 기업이 잘 베푸는 것인지, 잘 베푸는 기업이 잘 버는 것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이슈지만 통계상 많이 베푸는 기업일수록 실제로 더 많은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불황도 부담이다. 이에 대해 ‘기업사회공헌촉진위원회(CECP)’의 마거릿 코디 위원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많은 기업의 사회공헌이 가장 자신 있는 전문 영역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한국 기업도 전략적으로 기부의 대상과 방식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청소년은 미래의 희망


국내 기업들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과 청년들을 지원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과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교육 분야에서 소외된 중학생을 지원하는 ‘드림클래스’를 통해 미래의 꿈나무를 육성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중학생 가운데 학습의지가 높은 학생을 선발해 이들이 가정 여건과 관계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이다.

삼성그룹은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꿈을 이루려는 고등학생을 위한 장학생 대축제, 해외 봉사활동 등의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혜택을 받은 학생들은 봉사단을 조직해 자신이 받은 도움을 사회에 다시 나누기도 한다.

LG그룹의 사회공헌 비전은 ‘젊은 꿈을 키우는 사랑 LG’다. 계열사의 저소득가정 및 다문화가정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은 약 20개에 이른다. 2010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LG 사랑의 다문화 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이 2개국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임직원들이 직접 소외계층 자녀들에게 언어, 수학, 미술 등을 가르친다.

SK그룹은 사회적 기업에 몸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경영 조언을 해주고 사회적 기업가 간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SK그룹은 유능한 사회적 기업가가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거나 기존 사회적 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해야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76개의 사회적 기업이 참여했다.

동원그룹은 젊은이들에게 넓은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 ‘동원 글로벌 익스플로러’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내 대학교 재학생 2∼4명이 한팀을 구성한 뒤 원하는 대륙 한 곳과 탐험 주제를 정해 계획서를 제출하면 선정된 팀은 항공비와 체류비, 활동비를 지원받는다.

○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회공헌

진출 지역의 사회공헌활동도 중요한 요소다. 지역사회 공헌은 장기적으로 우군(友軍) 확보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판매법인은 현지 딜러들과 함께 소아암 어린이를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소아암 어린이의 암 치료를 위해 모은 금액은 4300만 달러가 넘는다. 아프리카에서도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등 5개국에서 의료체계가 미흡한 지역을 찾아 ‘모바일 클리닉’ 사업을 벌이는 한편 가나에는 자동차 정비기술 교육기관을 세워 이곳 청소년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화그룹은 중국 닝샤(寧夏) 자치구에서 사막화 현상 및 황사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사막녹지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지진으로 전력망이 파괴된 일본 동북지역에는 태양광에너지설비를 지원해 주민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에서 ‘아름다운 교실’ 프로젝트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현지 학교에 컴퓨터와 피아노, 학용품 등을 지원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운행하고 있는 중국 노선은 총 30개다. 이 회사는 2014년까지 중국 내 21개 지역에서 행사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 본업 살린 사회공헌활동, 기쁨 두배 효과 두배… 넥슨·NHN의 특별한 노하우 ▼

‘더 놀자’를 찾은 아이가 신발을 디자인하기 위해 터치스크린에서 색상을 고르고 있다. 넥슨 제공
‘더 놀자’를 찾은 아이가 신발을 디자인하기 위해 터치스크린에서 색상을 고르고 있다. 넥슨 제공
최근에는 기업들의 본업(本業)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도 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특히 활발하다.

게임회사 넥슨은 4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안에 게임과 놀이를 접목한 ‘더 놀자’를 열었다. 이곳은 아이들이 게임, 장난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며 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디지털 감성놀이터’를 표방하고 있다. 사람의 발이 닿을 때마다 타일 모양으로 된 바닥 고무판의 색깔이 바뀌는 ‘뽀글뽀글 카펫’, 사람들의 움직임을 인식해 게임 속 캐릭터처럼 화면에 보여주는 ‘아바타 미러’ 등이 대표적인 놀이기구다. 넥슨 관계자는 “아이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과 가까워지고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이 공간을 만들었다”며 “게임회사의 본업을 살리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사회공헌 방식”이라고 말했다.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내년 3월 소프트웨어 산업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 교육 기관 ‘넥스트학교’를 연다. 이곳에서는 미래의 소프트웨어 분야가 요구하는 인문사회학적 소양과 디자인 기술, 기업가정신 등을 갖춘 개발자를 양성할 계획이다. NHN은 10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며 입학생 모두에게 전액 장학금을 준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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