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핫 이슈]“국제 투기자본에 과세”… 정치권 ‘토빈세’ 도입 논의로 따져 본 득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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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안정 vs 외국자본 이탈



국제 투기성 자금(핫머니)의 유출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주식, 파생상품 등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稅)’ 도입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 3명의 캠프 모두 토빈세 도입에 긍정적인 태도다. 하지만 외환시장 관계자와 학자들 사이에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 여야 모두 투기자금 규제 한목소리

최근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이정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캠프 경제민주화위원장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토빈세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29일 “이번 주 중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역시 자신의 저서에서 토빈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새누리당 대선 공약으로 거론되는 만큼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도 공동발의를 적극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빈세는 198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 전 예일대 교수(2002년 사망)가 1972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제 외환거래에 1%씩 세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하면서 등장했다. 토빈 교수는 장기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 크지 않지만 단기성 투기자금에게는 큰 부담이 돼 외환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봤다.

민 의원이 제안한 ‘외환거래세법 제정안’은 이른바 ‘2단계 토빈세’다. 평소에는 거래액의 0.02%만 외환거래세로 내도록 하되 환율 변동폭이 전일 대비 3%를 넘는 경우에는 거래액의 30%를 내게 해 단기자금의 유출입을 막자는 것이다.

토빈세는 국제적으로도 투기자금을 규제하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달 9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독일 프랑스 등 11개국이 토빈세의 일종인 금융거래세 도입에 합의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브라질은 장기성장 전망이 밝기 때문에 토빈세율이 높은데도 국제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며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장기성 투자자금은 토빈세가 있어도 브라질처럼 계속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 수도”

정부는 토빈세 도입에 다소 신중한 편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취지는 좋지만 외국자본 유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기업에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며 “현재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자본투자 비(非)과세 폐지,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가 있는 만큼 토빈세의 실효성 등은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토빈세가 EU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금융산업 비중이 높은 영국 스웨덴 아일랜드 등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웨덴은 1996년 금융거래세를 도입했다가 자본이 영국으로 빠져나가는 부작용도 겪었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도 토빈세에는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모든 국가가 같이 시행해야 효과가 있는 토빈세를 한국이 먼저 시행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자본’을 잡으려다 일자리를 만드는 ‘외국 자본’의 유입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토빈세의 효과가 정말로 크다면 선진국들이 이미 다 도입했을 것”이라며 “자본의 이동은 규제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토빈세#핫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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