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 하락폭, 미니 단지의 3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파크리오는 6864채 규모로 서울에서 손꼽히는 대단지다. 이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2012년 9월 기준으로 m²당 756만 원으로 지난해 12월 m²당 834만 원과 비교해 9.4% 떨어졌다. 인근 송파구 방이동 신동아타워는 모두 96채인 ‘미니 단지’. 신동아타워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2월 m²당 401만 원에서 올 9월 말 404만 원으로 되레 올랐다.

흔히 아파트를 선택할 때 대단지를 선택하라고 이야기한다. 단지 내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데다 관리비도 저렴하기 때문. 여기에다 소형 단지에 비해 거래가 꾸준히 이뤄져 환금성도 좋다. 3000채 이상의 대단지는 지역 시장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인식돼 주변보다 높은 시세를 보이는 게 보통이었다.

이런 상식이 올해 들어 서울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단지 아파트가 소규모 단지보다 가격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부동산114가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1000채 이상 대단지 아파트 값은 평균 5.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00채 미만 소규모 단지는 1.6%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강남권 대단지 아파트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서초(―8.7%)가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고 강남·강동·양천(―7.2%), 송파(―7.1%)가 뒤를 이었다.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로 꼽히는 1297채 규모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단지는 단지 평균 매매가격이 m²당 1122만 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의 m²당 1223만 원과 비교해 8.3% 낮아진 것. 신흥 부촌으로 인기를 누려온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반포 퍼스티지(2444채), 반포 자이(3410채), 반포 리체(1119채) 등도 나란히 7∼9%의 가격 하락을 나타냈다.

이 같은 현상은 왜 벌어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랜드마크’로 평가되며 높은 시세를 누려온 까닭에 부동산 침체기에 타격이 더 컸다고 풀이한다.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서울에 위치한 300채 미만의 소규모 단지의 경우, 75%는 지역 평균보다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 반면 1000채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 값은 지역 평균보다 높게 형성된다. 이 때문에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자금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침체 속에서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시장이 형성되는 가운데 가격이 비싼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거래가 쉽지 않다. 계속되는 거래 부진으로 가격 하락의 골이 깊었다는 분석이다.

김은선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경제위기 탓에 실수요 위주로 거래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가격이 비싼 아파트는 거래가 쉽지 않다”며 “과거 선호되던 인기 아파트들이 거래 부진으로 가격이 떨어진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단지와 소규모 단지의 가격 차가 줄면서 대단지로 ‘갈아타기’는 수월해졌다. 소규모(300채 미만) 단지와 대규모(1000채 이상) 단지의 m²당 가격 차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55만 원이었으나 올해 8월에는 43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부동산#가격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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