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 세계는 청년일자리 전쟁중]<4>일자리 사다리에 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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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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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서 첫 출발? 스위스에선 커리어개발 지름길로 여기죠”

“스위스의 우량 중소기업들은 연봉, 처우가 대기업과 비슷하거나 높은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중소기업 취업을 커리어 개발의 ‘패스트트랙(지름길)’으로 여기는 젊은 사람들이 적지 않죠. 중소기업, 대기업 간 이동이 자유로워서 중소기업을 ‘첫 직장’으로 택하는 걸 꺼리는 분위기는 없습니다.” 스위스 출신으로 한국에 유학 중인 사무엘 씨(29)는 학교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데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강한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모니터그룹은 최근 한국에 체류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젊은이 17명을 심층면접해 중소기업 취업, 창업 등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상향이동성(upward mobility)’이 높은 나라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취업에 거부감이 적은 것으로 평가됐다. 직장, 직업 간 이동이 자유로운 사회 시스템 덕에 학교를 졸업하고 ‘직업 사다리’에 오르는 첫 단계에서 중소기업을 선택해도 향후 경력 관리 등에 손해가 되지 않거나 오히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중기 선진국 청년들 “중기, 첫 직장 바람직”

독일 출신인 줄리안 슐츠 씨(24)는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회사가 작아야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답했다. 라세 비트베드 씨(23·덴마크)는 “중소기업은 개인이 독립적으로 일하기에 좋다”고 했고, 톰 브린데드 씨(29·영국)는 “조직이 작아 본인의 성과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회사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독일과 덴마크, 영국은 중소기업의 직원 처우가 좋은 나라라는 게 공통점이다. 청년드림센터와 모니터그룹이 최근 펴낸 ‘청년 일자리 창출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나라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에 큰 차이가 없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평균 임금은 덴마크 98%, 스위스와 네덜란드 91%, 독일 87%, 영국 86% 등이다. 반면 한국은 64%에 그쳤다. 모니터그룹의 조정민 이사는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나라들은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회사의 안정감, 직원 개인의 성취감 등 비(非)금전적 보상 수준도 높다”고 말했다.

○ ‘일자리 사다리’ 쉽게 오르면 중소기업 선호


중소기업의 처우뿐 아니라 첫 직장으로 다소 ‘질이 낮은’ 일터를 선택해도 향후 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할 가능성, 즉 ‘상향이동성’ 역시 청년들의 직장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조사에서 OECD 주요 20개국 중 상향이동성 지수 1위(100점 만점에 56점)를 차지한 나라는 네덜란드. 이 나라 출신인 실라 페르헤이더 씨(21)는 “중소기업 특유의 자유로운 문화가 좋다”며 “네덜란드에서는 이직이 쉽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다닌 경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에 얼마든 옮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탈리아 출신인 잔마르코 트라파니 씨(21)는 “첫 직장은 큰 회사였으면 좋겠다”며 중소기업 취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인 오구라 신타로 씨(24)도 “중소기업도 나쁘진 않지만 대기업의 보수가 더 좋기 때문에 대기업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일본과 이탈리아는 같은 조사에서 각각 13위(37점), 16위(36점)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의 상향이동성 지수는 29점(19위)으로 바닥권이다. 소위 ‘안 좋은 직장’에 첫발을 담그면 직업 사다리를 오르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 창업 좋은 일자리 창출 가능


창업이 활성화돼 있고, 이를 지원하는 사회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의 청년들은 창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핀란드 출신인 알렉스 하주 씨(22)는 “능력 있는 주변 친구 6명이 창업해 사업체를 잘 꾸려 나가고 있다”며 “경험을 쌓은 뒤 창업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산업체와 대학, 연구기관 등이 어우러진 산학연(産學硏) 클러스터가 발달해 청년들의 벤처창업이 활발한 대표적인 선진국이다.

창업자의 자기 자금 조달 비율도 핀란드는 3.8%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79%로 창업자의 리스크가 대단히 크다. 반면 전체 창업 중 영세자영업자 등 ‘생계형 창업’의 비율은 핀란드가 9%인 반면 한국은 21%다. 모니터그룹은 “생계형 창업은 질 좋은 일자리에 도움이 안 되지만 혁신형 벤처는 청년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중현 동아일보 경제부 차장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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