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두얼굴… 원료의약품 생산 에스텍파마 김재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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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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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때 투자늘려 도약 기회로

김재철 에스텍파마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가 경기 안산시 에스텍파마 부설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밝게 웃고 있다. 에스텍파마 제공
김재철 에스텍파마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가 경기 안산시 에스텍파마 부설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밝게 웃고 있다. 에스텍파마 제공
“위기(危機)는 한자로 보면 위험(危險)과 기회(機會)를 동시에 뜻합니다. 경기가 나쁠 때는 특히 중소기업엔 위험 요소가 많지만 거꾸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김재철 에스텍파마 대표(52)는 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목소리에서 차분하지만 힘이 느껴졌다.

위궤양치료제 소염진통제 천식치료제 빈혈치료제 등 핵심원료의약품(API) 전문회사인 에스텍파마는 2008년 이후 총 25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공장 증설에 150억 원, 토지 매입에 60억 원, 바이오벤처 투자에 40억 원을 썼다. 한 해 매출액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또 중국 베이징에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완제품으로 중국 시장에 도전할 계획도 세웠다. 부정적인 경기전망이 우세해 대기업들도 사업 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우는 가운데 에스텍파마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 외환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에스텍파마 직원들이 경기 안산시 공장에 있는 반응기를 살펴보고 있다. 반응기는 의약품 원료를 추출해 합성하는 기계다. 에스텍파마 제공
에스텍파마 직원들이 경기 안산시 공장에 있는 반응기를 살펴보고 있다. 반응기는 의약품 원료를 추출해 합성하는 기계다. 에스텍파마 제공
대학 졸업 후 취업한 제약회사가 계열 분리되면서 김 대표가 하고자 했던 연구개발(R&D) 분야의 비중이 크게 축소됐다. 하고 싶던 제약 관련 연구를 못 하게 돼 답답함을 느낀 그는 퇴사를 선택했다.

처음부터 사업을 생각하고 회사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퇴직 후 작은 업체에 잠시 다니기도 했지만 보람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이 가진 기술을 활용해 원료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제약업계의 무역역조 현상을 바로잡자는 생각에 1996년 에스텍파마를 창업했다. 초기에는 기술개발에만 신경 쓰면 될 줄 알았는데 어음, 세금계산서부터 작은 행정처리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야 했다. 공장도 없이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방 한 칸을 빌려 사무실 겸 실험실을 차려 시작한 회사가 직원 130명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560억 원, 영업이익은 111억 원에 이른다.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했을 때는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위기와 함께 기회가 찾아왔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에스텍파마가 개발한 원료 의약품이 가격경쟁력에서 해외 업체들을 능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투자를 줄이지 않고 계속해서 R&D에 몰두한 덕분에 외환위기를 잘 활용할 수 있었다. 에스텍파마가 경기 안산에 공장(2000년)을 짓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초기 원동력이 됐다.

국내 한 대형 제약회사의 의뢰로 2년간 공들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 취소를 당한 경험, 세계적 제약사 두 곳과 신약 개발을 진행하다 동시에 취소 통보를 받은 경험 등 중대 위기에 처했던 때도 있었지만 그는 어두운 면보다는 기회를 발굴해가며 위기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 중요한 것은 ‘사람’과 ‘보람’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사람’과 ‘보람’이다. 몇 년 전 회사 사원이 근무 중에 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사내에선 회사에 해(害)를 끼친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실수한 사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처음에 내가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도 다 망한다고 했다”며 “잘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면 그를 믿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사원은 잠시 회사를 떠났다가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다시 에스텍파마로 돌아왔다. 대기업에서도 탐낼 만한 인재가 됐지만 과감히 중소기업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김 대표는 “그분은 지금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인재”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업무에서 과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기보다는 개선 가능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경영자로서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직원 각자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직원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회사문화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김재철#에스텍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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