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정문술 씨 참 고맙네요, 테마주 실체 보여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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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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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경제부 기자
김현지 경제부 기자
“미래산업 대주주의 주식 전량 매도 공감하십니까?”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이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것과 관련해 최근 한 증권사이트가 이렇게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정 전 사장은 미래산업 주가가 고점을 찍은 14일 보유하던 지분 2254만6692주를 모두 장내 매도했다. 이 때문에 주가는 6거래일 연속 내리막이었고 이 중 5일은 하한가로 추락했다.

▶본보 9월 20일 A6면 안철수 선언 5일전, 정문술 미래산업…

질문은 ‘내가 정 전 사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물은 셈이다. 177명의 답변자 가운데 102명(57.6%)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과반수가 “내가 정 전 사장이었더라도 팔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한 응답자는 “주식은 급등하면 파는 건데 대주주가 팔든지, 누가 팔든지 알게 뭔가”라고 이유를 밝혔다.

사이트 게시판에는 ‘정문술 씨 존경합니다’라는 비아냥 섞인 답글도 더러 있었지만 많은 누리꾼은 “테마주에 부화뇌동한 우리가 잘못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주식시장의 냉철함을 맛보니 무섭죠?”라고도 썼다.

미래산업 사건은 테마주를 추격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에게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게 한 대표적 사례가 됐다. 미래산업뿐만 아니라 테마주의 상당수는 ‘투기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또한 주식시장에서 최종적인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질 수밖에 없으며, 다른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원망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게 가르쳐줬다.

물론 정 전 사장이 대주주로서 옳은 일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가 최대주주라면 해당 기업의 운명에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산업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미래산업은 정 전 사장의 자식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자식 같은 회사의 보유 지분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하루아침에 모두 팔아버린 것은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힘들다. 그는 2001년 은퇴 후 기부활동을 활발하게 했고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존경받는 경영인이기도 했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미래산업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정치 테마주의 기세는 꺾일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각종 증권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오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이를 짐작게 한다.

“안철수 후보 여론조사 결과가 높은 것으로 보아 추석 전에 세력이 (안랩 주가를) 한 번 더 올리지 않을까요?”

“올해는 인맥주로 시작해서 인맥주로 끝납니다. 인맥주 주춤하면 정책주 가서 단타 치고 오세요.”

“동양물산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친척인가요?”

김현지 경제부 기자 nuk@donga.com
#대선후보#테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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