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커피 생산… 전용레일 수송… 2가지 명품전략 ‘환경-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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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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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슐커피 세계 1위 스위스 네스프레소의 ‘에컬래버레이션’

네스프레소 캡슐커피머신
네스프레소 캡슐커피머신
캡슐커피와 전용 커피머신만으로 매년 세계에서 4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네슬레그룹 계열사 네스프레소. 스위스 제네바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시골마을 아방슈에 위치한 이 회사의 공장에는 특별한 시설이 있다. 인근 기차역에서 공장 건물 바로 옆까지 끌어온 전용 열차 선로다. 네스프레소는 세계 각지에서 수입한 커피원두를 이 공장으로 운반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차량 배기가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로를 깔았다.

○ 커피 제조 전 과정에서 환경 최우선

네스프레소는 스위스 오르베에 이어 2009년 이곳에 두 번째 커피캡슐 공장을 지었다. 그러면서 큰돈을 들여 열차 선로를 깐 이유는 2003년부터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인 ‘에컬래버레이션(ecolaboration)’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에컬래버레이션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력’이라는 목표 아래 커피 제조의 전 과정에서 환경(eco)과 상생(collaboration)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아방슈 공장에는 전용 열차선로 외에도 곳곳에 환경을 고려한 장치가 숨어 있다. 네스프레소 홍보담당자 디안 뒤르페 씨는 “커피 제조에 쓰는 물은 빗물을 받아 재활용하고 공장을 돌리며 발생한 열은 아방슈 지역의 160여 가구에 난방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스프레소는 커피캡슐의 재료인 알루미늄 재활용률을 2013년까지 75%로 높이기 위해 분리배출 단계에서 알루미늄을 따로 걸러내는 장비도 개발해 프랑스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 “커피 재배 농가와 상생이 높은 품질의 비결”

네스프레소는 스위스 아방슈에 공장을 지으면서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장 건물 왼쪽에 보이는 철로는 배기가스가 발생하는 차량 대신 열차로 커피원두를 실어 나르기 위해 네스프레소가 건설했다. 네스프레소 제공
네스프레소는 스위스 아방슈에 공장을 지으면서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장 건물 왼쪽에 보이는 철로는 배기가스가 발생하는 차량 대신 열차로 커피원두를 실어 나르기 위해 네스프레소가 건설했다. 네스프레소 제공
2003년 도입한 ‘트리플에이(AAA)’ 프로그램은 네스프레소가 커피 재배 농가와의 상생을 통해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는 비결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최상급 커피원두인 ‘더블에이(AA)’ 커피 중에서도 네스프레소의 친환경, 친윤리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재배돼 또 하나의 ‘에이(A)’를 받을 자격이 있는 원두만 사용하는 것이다.

네스프레소는 이를 위해 커피농가에 시세보다 30∼40% 높은 값을 지불한다. 네스프레소 관계자는 “커피가격을 깎기보다는 농부들이 꾸준하게 좋은 품질의 원두를 ‘착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이 회사로서도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네스프레소는 2013년까지 전체 커피원두의 80%를 트리플에이 프로그램 기준에 부합하는 원두로 충당할 계획이다.

커피원두를 실제 커피캡슐 제조에 쓰기 이전 단계에서도 까다로운 품질 검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 산지에 품질관리 전문가를 상주시키면서 커피원두의 크기와 색깔, 향을 체크해 30∼40%의 원두를 탈락시킨다. 아방슈 공장에서도 100여 명의 품질관리 전문가가 매일 두세 차례 커피원두 샘플을 채취해 캡슐 제조와 똑같은 기준으로 로스팅, 그라인딩을 한 뒤 시음하며 30여 개 항목을 체크한다.

이 같은 네스프레소의 명품 커피전략은 커피 입맛이 까다로운 유럽 사람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네스프레소 샹젤리제 스타 부티크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덕분에 미슐랭 스타를 받은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3곳 중 1곳은 우리 제품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 시장에 대한 확신과 장기간 투자가 성공 비결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네스프레소는 지난해 글로벌 캡슐커피 시장에서 21.5%의 점유율로 1위다. 네슬레의 또 다른 캡슐커피 브랜드인 돌체구스토의 시장점유율(13.6%)까지 합하면 전 세계 캡슐커피 소비량의 3분의 1이 네슬레 제품인 셈이다.

네슬레가 캡슐커피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데는 시장에 대한 확신과 꾸준한 투자가 밑거름이 됐다. 네슬레가 세계 최초로 캡슐커피 머신을 개발한 것은 1976년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한 연구개발(R&D) 담당 직원이 “이탈리아에서 맛본 뛰어난 에스프레소를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맛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네슬레는 10년간의 R&D을 거쳐 1986년 네스프레소 캡슐커피 머신을 내놓았지만 초반에는 고전했다. 캡슐커피 머신이라는 용어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까닭에 15년간 적자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품질 개선에 꾸준히 투자해 1500여 종의 각종 특허를 확보했고 이는 자신들이 개척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히는 데 큰 힘이 됐다.


아방슈=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캡슐커피#네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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