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 갖고 머리 싸매는데 사장 아들 손가락질 야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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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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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가업 승계할 예비사장들, 워크숍서 솔직 토크

중소기업중앙회가 7일 중소기업 가업 승계자들을 상대로 연 워크숍 조별 활동에서 자동차부품 회사인 ㈜엠에스의 최성욱 사원이 일어나 발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중소기업중앙회가 7일 중소기업 가업 승계자들을 상대로 연 워크숍 조별 활동에서 자동차부품 회사인 ㈜엠에스의 최성욱 사원이 일어나 발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우리 회사는 달걀 포장 자동화시스템 전문 기업입니다. 2015년까지 깨진 달걀을 자동으로 골라내는 기계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2030년에는 양계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그룹이 되겠습니다.”(윤홍기 에그텍 대리·27)

8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중소기업인력개발원 회의실. 자리에 있던 청년들이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자신의 목표를 발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8기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가업 승계 심화 과정’ 프로그램의 1박 2일 워크숍 둘째 날이었다.

수강생은 모두 부모의 사업을 물려받을 예정인 중소기업 사장의 아들과 딸이다. 이날 워크숍은 지난달 28일 입학식 이후 첫 교육이다. 총 16주에 걸친 프로그램에서 이들은 재무, 신용관리 방안, 협상 스킬 등을 배운다. 워크숍은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이다.

18명의 수강생 중에는 40대와 20대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30대였다. 명함에 쓰인 직급은 사원에서 대표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작업복을 입고 온 이형석 서한안타민 차장(33)은 “공장에서 일하다 겨우 왔다. 너무 바빠 참석하지 못할 뻔했다”고 말했다. 반면 고급 수입승용차를 타고 온 사람도 있었다. 회사 규모도 연 매출 19억∼880억 원으로 다양했다.

워크숍에 온 예비 중소기업 CEO들은 자신이 일하는 회사와 업종에 대해 대체로 잘 알고 있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2차 협력업체인 에이원테크의 임현준 실장(31)은 관련 업종 대기업에서 3년 반 동안 경력을 쌓고 아버지의 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전 직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업무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금은 모두 내 일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도 “에이원테크를 완성차 브랜드의 1차 협력업체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철기 중기중앙회 인재교육본부장은 “커리큘럼에는 세법이나 중소기업 관련 정책, 경영 노하우 교육도 있지만 그보다 중소기업을 경영한다는 자부심을 불어넣고 비전을 갖게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수업을 듣는 틈틈이 사적인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우리 아버지는 너무 보수적이다”는 투의 푸념도 들렸다.

남준상 한국팜비오 부장(37)은 “직원들이 대표인 아버지에게 직접 말하는 게 어려운지 젊은 내게 건의하는 일이 있다”며 “‘민원창구’가 됐지만 결정을 내릴 권한은 거의 없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당신 눈에는 아직 어린아이로 보이는지 아버지가 다른 직원들 다 보는 데서 큰소리로 날 혼내기도 한다”며 “몇몇 직원이 ‘승계 받을 사람인데 사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고 만류했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상당수 수강생은 “‘걱정 없이 자란 사장님 아들’이라는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공장 직원들이 뒤에서 ‘그래도 밥은 잘 먹네’라고 비아냥거리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고백도 있었다.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 수강생은 “지금은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는 나대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가능하면 회사는 동생에게 맡기고 싶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반면 다른 참석자는 “동생과 함께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데 회사를 나누지 않고 둘 다 경영자가 되는 방법이 있는지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말했다.

용인=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중소기업#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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