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번 무디스 부사장 “소비 위축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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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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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낮은 2.5%로 예상되지만 이보다 더 낮아질 위험이 있다.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 침체다.”

지난달 2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인 ‘Aa3’으로 한 단계 올린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사진)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향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소비침체라고 밝혔다.

▶본보 8월 28일자 A1·3면 참조… 한국 신용등급 Aa3 사상 최고… 日-中과 같아져


그는 한국 경제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 담보대출의 규모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한국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오히려 당장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소비 지출”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글로벌 경제 침체에도 높은 회복력을 보여 왔지만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 회복력에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4%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려면 지금처럼 노동생산성을 계속 올리고 무엇보다 단위당 노동비용(임금)을 적절한 선에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대자동차 등의 노사분규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시사할 만한 대목이다.

그는 이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장점인 수출에 중국의 경제 침체는 적지 않은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 발표된 중국의 8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47.6으로 2009년 3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아시아 국가의 신용등급 조정을 총괄하고 있는 번 부사장은 한국경제의 체질만 보면 충분히 등급 상승이 가능하지만 남북한 대치상황에 따른 ‘북한 리스크’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무디스는 북한 리스크가 줄어든 것이 이번 신용등급 상향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번 부사장은 “정권 교체기를 맞은 북한 리스크가 줄어든 것은 북한과 중국의 경제 협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중국과 함께 황금평과 나선 등 3개 경제구역에서 모색하고 있는 경제협력이 그동안 자급자족 경제운용 방식을 밝혀온 북한의 붕괴 위험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체제 등장에 따른 남북 군사충돌 위험은 한미동맹이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번 부사장은 “특히 3% 초반의 실업률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견실한 수준”이라며 신용등급 조기 하향 가능성을 배제했다. 무디스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본사가 있고 아시아 국가의 신용등급 평가는 싱가포르 오피스에서 총괄한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무디스 부사장#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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