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회사 테라퓨저가 개발해 3월 시험비행에 성공한 비행자동차 ‘트랜지션’. 2인승으로 대당 가격은 3억 원이 넘는다. 도로에서는 시속 112km로 달리고, 공중에선 시속 185km로 날 수 있지만 접이식 날개 때문에 도로 주행이 쉽지 않다는 등의 단점이 남아 있다.
“날아다니는 차를 연구해보면 어떨까요? 지상에서 원격조종하는 방식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재미(在美) 한인 과학자가 정부 연구개발(R&D)사업을 기획·지원하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에 제안한 연구 아이디어다. 얼핏 황당하게 들리지만 이 과학자는 진지했다.
‘고효율 소형 비행자동차 개념 연구’라는 제안서에서 그는 “세계 각국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용화는 어려운 단계”라며 “기존 연구방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콘셉트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 과학자는 현재 개발 중인 비행자동차 중 가장 상용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테라퓨저사의 모델을 예로 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접이식 날개 때문에 도로 주행이 불편하다, 둘째, 비행 조종면허가 있는 사람만 운전할 수 있다, 셋째, 9·11사건에서처럼 테러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상통제소가 원격으로 움직이고 날개는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새로운 개인용 비행자동차와 그 운용시스템을 개발하자는 것이 그의 아이디어였다.
산기평은 재미한인과학자협회와 처음으로 5∼7월 ‘해외기술·정책동향조사’를 공동 실시해 유망기술 아이디어 100건을 제안받았다고 3일 밝혔다.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그중 하나였다. 60건이 접수된 신산업 분야에서는 바이오 연구와 나노기술에 관련된 제안이 많았고, 다른 분야에서는 탄소섬유와 그래핀 등 신소재 개발, 빅데이터 처리기술 등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나왔다.
비행자동차 ‘트랜지션’ 조종사가 주유하는 모습. 테라퓨저 제공사고를 예측해 자동차 안이 아닌 밖에서 충돌 전에 펼쳐지는 에어백, 수많은 스마트폰에 기록되는 온도와 습도 정보를 기지국으로 보내 거대한 기상 네트워크를 구성하자는 발상, 나노 장치의 미세 진동에서 에너지를 모으자는 제안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많았다. 산기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긴 안목을 갖고 추진해야 하거나 다소 엉뚱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아이디어가 많았다”고 말했다.
재미한인과학자협회에는 미국 대학과 기업, 국립연구소에서 일하는 한인 과학자 50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산기평이 재미한인과학자협회와 함께 이 같은 조사를 실시한 것은 미국의 최신 기술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한인 과학자들과 네트워크를 쌓기 위한 목적이었다. 최근 미국도 불경기 탓에 대학과 기업의 R&D 지원이 눈에 띄게 줄어 한인 과학자들의 호응도 상당히 높았다는 후문이다.
산기평에 따르면 지식경제부의 R&D사업 중 해외 기관이나 기업이 참여하는 과제는 건수로는 4.2%, 금액으로는 0.6%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공동 기술개발 비율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산기평은 이번에 제안된 아이디어들을 내년도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 신규 과제 기획에 활용할 계획이다. 우창화 산기평 본부장은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우수한 한인 과학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우리의 글로벌 R&D 역량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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