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년]SK “단기적 이익 취하기보다 장기적 윈윈하는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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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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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당시 한중 수교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땀을 흘렸기에 가능했다. 그런 민간 인사들 중 한 명이 바로 고 최종현 전 SK회장이다. SK그룹은 1988년부터 수교를 준비하는 데 적극 관여했고, 1991년 1월 한중 양국에 무역대표부를 설립하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단기적으로 중국에서 이익을 취하기보다 장기적으로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SK그룹의 중국 진출 전략인 △상호 이해 △상호 신뢰 △상호 이익 △장기 비전에서 비롯된 것이다.

○ 베이징에 첫발

SKC는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도 전인 1990년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방된 지역인 푸젠(福建省) 성에 중국의 중견기업인 융더신(永德信) 그룹과 비디오테이프 합작 공장을 세웠다. 융더신그룹은 1997년부터 SK그룹의 경영기법인 SUPEX(SK직원들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를 도입하기도 했다. 비디오테이프가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지금은 SK의 지분을 철수했지만 당시 푸젠 성 푸칭(福淸)공장에서 시작된 SUPEX 활동은 전 계열사로 확대되기도 했다.

SK가 중국에서 항상 승승장구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 중국 선전(深(수,천))에 10억 달러 규모의 정유단지 건설을 추진했으나, 막판에 중국 정부의 반대로 좌초됐다. 중국 정부가 에너지 관련 사업을 외국기업에 내준다는 자체를 꺼렸기 때문이다.

결국 SK는 1996년 말 그동안 투자했던 200만 달러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SK는 원점에서 중국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 SK차이나 출범


SK그룹은 2010년 7월 1일 중국에 SK차이나를 만들었다. 지난해 말 박영호 SK차이나 총재(부회장)는 “SK차이나가 1년여 동안 만들어낸 변화는 SK가 20년에 걸쳐 중국에서 축적해온 변화보다 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차이나는 우선 20년간 각각의 자회사 단위로 분산돼 따로 추진하던 중국사업을 하나로 모았다. 의사결정 구조와 역량을 결집한 것이다. 현지화를 위해 수석부총재단 등 고위층에 중국인 전문가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이 같은 변화로 지난해 SK그룹의 중국 사업 매출액은 약 353억 위안(약 6조3000억 원)에 이르렀다.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한 것이다.

특히 석유사업 중 아스팔트 사업은 SK차이나 설립 이후 1년 만에 4.5배로 증가했고, 중국에서 수입하는 고급 아스팔트 시장의 40%를 점유했다. 정보통신사업도 최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SK는 2월 말 충칭시(重慶市)에서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중국석유화공), 영국의 석유 메이저인 BP 등과 함께 충칭에 부탄디올(BDO)과 초산, 암모니아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부탄디올은 스포츠, 등산용품 등에 쓰이는 스판덱스와 합성피혁, 폴리우레탄 등의 제조 원료가 되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이다. 같은 달 반도체 기술기업인 엠텍비전과 함께 선전에서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SK그룹은 특히 하이닉스 우시(無錫)공장은 중국 내 반도체 공장 가운데 생산량이 많고 기술수준도 높은 만큼 SK그룹의 새로운 해외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때문에 2월에 최태원 회장이 우시 공장을 찾은 데 이어 3월에는 박영호 SK차이나 총재도 여기를 방문했다.

당시 최 회장은 “우시 공장이 자리 잡은 창장(長江) 강 삼각주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모두 모여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우시 공장은 뛰어난 생산성과 현지화를 통해 성공적인 해외진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현지 임직원을 격려했다.

○ 중국 기업시민 SK

SK는 단순한 현지화를 넘어 철저한 ‘중국 기업’으로서 중국과 함께 발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국의 기업시민으로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에 나서 인재양성, 문화교류, 환경보호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SK는 2009년 유력 주간지 ‘남방주말’의 글로벌기업 사회공헌 랭킹 에서 6위를 했으며, CCTV 주관으로 진행된 ‘중국인 마음속의 글로벌기업 순위’에서 유일한 한국기업(3위)으로 포함되기도 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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