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2002∼2011 고용 분석]일자리 창출 ‘평균이상’… 매출 증가율엔 못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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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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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 2002∼2011년 직원 46만명 늘어… 증가율 64%

2002∼2011년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30대 그룹 임직원이 46만여 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임직원 증가율은 64%로, 같은 기간 취업자(9%)나 임금근로자(23%) 증가율보다 크게 높았다.

이는 30대 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를 동아일보 재계팀이 분석한 결과다. 이 기간에 임금근로자 중 계약기간이 1년이 넘는 상용근로자(55%)보다 30대 그룹 임직원이 더 많이 늘어났다. 2002∼2011년 ‘월급쟁이’가 많이 늘어났고, 30대 그룹도 일자리 확대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얘기다.

30대 그룹의 고용 수치에는 인수·합병(M&A)으로 흡수한 임직원 수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 기간에 늘어난 상용일자리(380만 개) 10개 중 1개 이상은 30대 그룹에서 나왔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상용근로자에서 30대 그룹 임직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10.5%에서 11.1%로 약간 높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하는 임직원 수는 정규직과 계약직을 포함하고 단기 일용직은 뺀 수치여서 통계청이 파악하는 상용일자리와 대체로 겹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상용일자리는 이른바 ‘좋은 일자리’에 해당한다”며 “좋은 일자리 전체가 늘어나는 추세보다 30대 그룹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대기업이 기여를 많이 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30대 그룹의 자산(192%)과 매출액(142%)은 임직원 증가에 비해 훨씬 많이 늘었다. 전체 고용 현황으로 보면 30대 그룹이 평균 이상으로 일자리를 늘렸지만, 벌어들인 돈만큼 고용을 늘린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산업구조 자체가 자본집약적으로 가면서 기업의 고용 필요성이 약해지고 있다”며 “서비스업 등 다른 부문에서 일자리를 더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30대 그룹의 매출액은 이 기간 전년에 비해 최대 26.5%까지 늘었으나 매출이 한 해 높아졌다고 그해나 다음 해 임직원 수가 뚜렷하게 늘지는 않았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30대 그룹 임직원 수는 매년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대기업들이 노동집약적 구조를 넘어선 만큼 매출만큼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 전체 취업자 수는 9년간 9.4% 증가 그쳐… 대기업 고용만으로는 일자리 늘리기 한계 ▼

단순히 늘어난 수치만 보면 30대 그룹 일자리는 노무현 정부 첫 4년보다 이명박 정부 첫 4년에 더 많이 늘었다.

2002년 말∼2006년 말 30대 그룹 임직원 수는 16만750명(22.3%) 증가했지만, 2007년 말∼2011년 말에는 28만4863명(31.6%)이 늘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일본의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실시한 2008∼2009년에도 한국의 30대 그룹은 인적 구조조정을 거의 하지 않아 임직원 수가 2008년 3.4%, 2009년엔 3.9% 증가했다. 30대 그룹 임직원 수는 2010년(9.0%)과 2011년(12.3%)에는 더 늘었다.

이에 대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대규모 인력감축을 한 한국 대기업들이 후유증을 겪으며 인력을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는 평가와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는 해고가 어렵지 않으냐”라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한편 분석 대상인 2002∼2011년 사이 30대 그룹 일자리도, 전체 임금근로자 수도 늘었는데 취업자 수 증가율이 한 자릿수(9.4%)에 머문 까닭은 자영업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2년 619만 명이던 자영업자는 2011년 559만 명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은 “최근 자영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감소 추세가 저점을 찍은 뒤 다시 느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신이 일하며 직원도 고용하는 자영업자(11만2000명 감소)보다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1인 자영업자’(48만6000명 감소)가 훨씬 많이 줄었다. 급여를 받지 않고 부모나 배우자의 사업을 돕는 ‘무급 가족종사자’도 같은 기간 54만 명 감소했다. 이 기간 1인 자영업자의 수가 가장 많이 준 것은 2009년으로, 1년 사이에 24만9000명 감소했다. 자영업 중에서도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근근이 장사를 해오던 영세업자들이 크게 몰락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상용근로자는 꾸준히 늘었지만 일용근로자는 줄었다. 특히 일용근로자 역시 2009년 15만8000명, 2010년 14만6000명이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시기에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충격을 받고 회복을 못해 낙오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추동훈 인턴기자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3학년
#일자리#매출 증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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