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한 가운데 6일 전력수급 ‘주의’ 경보가
발동됐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 현황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상폭염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치솟으면서 6일 전력 상황이 지난해 ‘9·15정전사태’ 이후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이날 오후 2∼3시 시간당 평균 전력수요는 7429만 kW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정전 은폐사고로 3월 가동을 중단시켰던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이날 오후 5개월 만에 재가동했다.
○ 기업의 전기 사용 억제로 위기 넘겨
전력 당국은 당초 6일 예비전력이 간당간당하지만 정상 범위인 400만 kW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요금이 이날부터 평균 4.9% 오르고, 지난달 30일 고장으로 정지됐던 영광 원전 6호기도 5일부터 발전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예비전력은 오전부터 뚝뚝 떨어졌다. 오전 10시 427만 kW이던 순간 예비전력은 오전 11시 266만 kW로 줄었다. 전력거래소는 오전 10시 17분 전력수급 경보 ‘관심’ 단계를, 오전 11시 5분에는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지난해 9·15정전사태 이후 주의 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전력난은 주요 기업의 전기 사용을 억제해 고비를 넘겼다. 기업들이 각각 줄일 수 있는 전력량을 입찰하는 전력 수요자원시장에 67개 대기업이 참여해 136만 kW를 줄였고, 미리 약정한 기업의 냉방장치를 원격으로 끄는 방식으로 80만 kW를 아꼈다. 이 밖에 민간 발전기를 가동시켜 42만 kW의 전력을 얻고 전압을 낮춰 전기 품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70만 kW를 줄였다.
지식경제부는 “비상조치가 없었다면 예비전력이 16만 kW 수준까지 떨어졌을 것”이라며 “7일은 6일보다 전력수요가 많아 상황이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예비전력이 100만 kW 아래로 떨어져 ‘심각’ 단계가 되면 급하지 않은 곳부터 전기를 차단하는 계획정전이 실시된다.
○ ‘올림픽 변수’도 전력난 한 요인
기업들의 전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덜한 여름휴가 기간임에도 이렇게 전력난이 발생한 것은 서울에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긴 열대야가 발생하는 등 이상기후에다 이른바 ‘7말 8초’ 여름휴가를 마친 기업들이 월요일을 맞아 재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무더위가 길어질수록 같은 기온이라도 냉방장치 이용이 잦아진다”고 말했다. 또 런던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면서 밤에 냉방장치를 가동한 시민들이 아침에도 계속 냉방을 하는 ‘올림픽 효과’도 있었을 것으로 전력 당국은 분석했다.
통상 매년 전력난이 가장 심한 때는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 하순이다. 지경부는 올해의 경우 13일부터 이달 말까지가 고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주말부터 기온이 떨어지고 영광 원전 6호기와 고리 원전 1호기가 100% 출력을 내면 심각한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리 원전 1호기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재가동에 들어간 고리 원전 1호기가 12일부터 전기를 생산해 13일 오후 100% 출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달 고리 원전 1호기 재가동을 허용했지만 불안해하는 주민이 있어 가동을 미루고 대화를 해왔다”며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들도 고리 원전 1호기의 안전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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