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고덕 재건축 포기 이유는 ‘품질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저가공사 절대 맡지 말라” 정몽구 회장 회의때마다 주문
정수현 사장 “출혈경쟁 안해”

시공비만 1조 원에 이르러 올해 서울 재건축사업의 ‘최대어’인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이 사업의 유력한 시공사 후보로 꼽혔던 현대건설이 13일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특별한 당부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덕2단지는 지하철 5호선 상일동 역에 가까운 역세권 대단지인 데다 5월 시공사 선정 사업설명회 때는 현대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참여해 건설업계와 주민들은 이번 입찰 무산을 ‘예상 밖 사태’로 보고 있다.

▶본보 20일자 B2면
“10년을 기다렸는데…” 조건완화 놓고 주민 갈등도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60·사진)는 20일 “지난해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뒤 사장단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정 회장이 ‘품질경영’을 강조했다”며 “저가 공사를 맡지 말라는 (정 회장의) 주문이 있는데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재건축사업에 뛰어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 사장은 아직도 일부에서는 현대건설을 고덕2단지 시공사 후보로 언급하고 있지만 진짜 관심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고덕2단지 재건축을 맡아 수익을 내려면 무상지분을 100% 이하로 낮춰야 하지만 이는 현재 재건축조합이 요구하는 수준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조합은 무상지분 150%를 주장해 왔으나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만큼 지분을 조금은 낮출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주민 반발이 커 100% 이하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태도를 보인다. 무상지분은 조합원들이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집을 넓힐 수 있는 비율로 건설업계에서는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120∼150%를 제시하는 게 관례였다.

정 사장은 ‘품질경영’ 원칙에 따라 경남 진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사옥 건립공사 입찰도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16일 LH가 입찰 공고를 낸 이 공사는 공사비만 3500억 원 안팎에 이르는 대형 사업으로 상당수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현대건설#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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