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박태준 리더십 비결은 열정이 녹아든 ‘진정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2일 03시 00분


청암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1927∼2011)은 한국 경제사(史)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맨손으로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일으켜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키워냈지만 정작 포스코 주식은 한 주도 소유하지 않았다. 군인 출신인 그는 포항과 광양에 제철소를 세우는 데 인생을 바쳤고 나중에는 포철을 외압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

청암은 자기자본으로 기업을 일으킨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와는 결이 다르다. 그는 전문경영인에 가깝다. 하지만 그가 포스코를 경영할 때는 물론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20년 가까이 ‘존재감’만큼은 어느 오너 못지않았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박태준이 곧 포스코고 포스코가 곧 박태준’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1968년 설립 당시 공기업이었던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지만 평생 포스코 주식 한 주 소유하지 않은 청암은 2011년 타계 때까지 실질적인 회사의 어른이었던 셈이다.

현대 기업의 지배구조 관점에서 보면 불가사의한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경영학적 개념 중 하나는 ‘진정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다. 진정성 리더십은 2000년대 들어 엔론과 월드컴, 타이코 등의 최고경영자들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부정을 저지르고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리더십으로 명확한 자기인식을 바탕으로 확고한 가치와 원칙을 세우고 투명한 관계를 바탕으로 주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능력을 말한다.

청암은 1970년 포항제철소 건설현장에서 “선조들의 피 값으로 짓는 제철소 건설이 실패하면 우리는 모두 ‘우향우’해서 동해 바다에 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고 공사 기간에 영일만 모래밭 귀퉁이에 슬레이트 지붕을 덧댄 2층 목조건물인 ‘롬멜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이런 그의 열정과 노고 덕분에 포스코는 창사 이래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진정성 리더십 전문가인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스콧 스눅 교수는 진정성 리더십에 대해 “나의 ‘진북(true north)’은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청암의 진북은 민족과 국가였고 포스코였다.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지난해 타계하기 전 청암은 포스코 현장 퇴직 근로자들에게 “우리는 후세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희생하는 세대”라고 말했다. 청암은 이렇듯 명확한 자기인식이 있었고 ‘제철보국’이라는 핵심가치와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진정성 리더십의 최고 롤모델은 1960년대부터 이를 실천한 청암인 셈이다.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8호(2012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창으로 총을 이긴 ‘검은 나폴레옹’

▼ 전쟁과 경영


‘검은 나폴레옹’으로 불리는 사카 줄루는 아프리카에 처음으로 진정한 군대와 전술을 도입한 인물이다. 1879년 1월 남아프리카 이산들와나 평원에서 영국군과 아프리카 줄루족 간 벌어진 전투에서 예상과 달리 영국군은 대패했다. 영국군은 줄루족이 대병력을 전술적으로 통제하고 운용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줄루족은 놀랍게도 이런 일을 능숙하게 해냈다. 간혹 개도국에 진출한 기업 중에서 해당 국가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사례가 있다. 영국군과 같은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모든 경영계획에서 변화의 잠재적 가능성과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예측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한 기업들의 ‘독특한 믿음’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인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필자들은 ‘보편적이지 않은 상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업의 독특한 믿음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갖고 있는 독특한 믿음은 경영 전략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필진은 경쟁 회사의 믿음보다 기존 고객 및 잠재 고객의 마음을 좀 더 깊숙하게 파고드는 독특한 믿음에 바탕을 둔 전략을 사용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관리자들은 자사가 갖고 있는 믿음을 되돌아보고 지나치게 신성시되는 믿음에 도전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독특한 믿음 체계를 구축하는 4단계 전략적 단계를 소개한다.
#박태준 리더십#진정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