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기업에서 구매 업무를 맡고 있는 김모 차장(42)은 회사 내에서 ‘헬리콥터 파파’로 불린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아 주말마다 차로 자녀들을 학원에 실어 나른다. ‘91학번’인 그는 자녀 2명을 보습학원, 피아노학원 등에 보내며 총 110만 원을 쓴다. 소득의 20% 정도를 교육비로 지출하는 셈. 반면 노후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김 차장은 “일단 딸 2명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는 게 목표”라며 “정년퇴직을 생각하면 불안하지만 아직은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30대 후반∼40대 중반으로 우리 사회 경제활동의 중추를 담당하는 ‘2차 베이비부머’의 절반은 김 차장처럼 은퇴 준비를 시작조차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노후 자금을 교육비에 사용할 정도로 재테크 목적의 최우선 순위로 자녀 교육을 꼽았다.
○ 2차 베이비부머, 절반도 대비 못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1일 발표한 ‘2차 베이비붐 세대 은퇴 대응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 중 은퇴 후를 위한 재정적 준비를 시작한 경우는 44.6%에 그쳤다. 올해 4, 5월 2차 베이비부머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다.
응답자들은 은퇴 연령을 63세로 예상했다. 이들 중 ‘은퇴 후 생활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62.5%였다. 불안을 느끼는 원인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증가(75.9%), 노후 소비 불균형(70.1%), 의료·간병비 증가(69.9%) 등이 많았다.
○ 1차 베이비부머보다 자녀 교육 집착
은퇴 준비를 시작하지 못한 이유로 이들은 빠듯한 소득(65.5%·복수 응답)과 자녀 교육 비용 부담(48.7%)을 들었다.
실제로 2차 베이비부머는 월평균 가계지출의 14.8%를 자녀 교육비에 쏟아 붓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자녀 양육비를 더하면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가계지출의 20.8%에 이른다.
이들 중 ‘자녀 교육을 위해 은퇴 후 자금을 양보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55.3%나 된다.
같은 질문에 대한 1차 베이비부머의 응답률(50.5%)보다도 높다. 2차 베이비부머의 재테크 목적 역시 자녀 교육이 1순위였다. 응답자들의 재테크 목적은 교육비가 68.6%(복수응답)로 1위였고, 노후자금 마련(56.7%), 일시적 여유자금 운용(34.3%)이 뒤를 이었다. 1차 베이비부머의 재테크 목적이 노후자금 마련(83.0%)과 자녀 결혼자금(55.0%)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 자산 배분은 부동산 쏠림 현상 극심
2차 베이비부머의 총자산은 평균 3억7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은퇴 후 필요한 최소생활비의 67.8% 수준이다. 하지만 자산 중 부동산 자산이 83.3%, 금융 자산이 12.9%로 부동산 쏠림이 심했다. 금융 자산은 평균 4800만 원으로 86.4%가 예·적금, 보험 등 안전형 상품이었다. 이는 2차 베이비부머가 외환위기와 2001년 주택가격 폭등, 2003년 카드사태 등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을 겪으며 성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2차 베이비붐 세대 ::
1968∼1974년 출생한 60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 정도를 차지한다. 이해할 수 없는 세대라는 뜻에서 X세대라고도 불렸다. 6·25전쟁 이후인 1955∼1963년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 714만 명의 바로 다음 세대에 해당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