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친환경 액상안료시장 90% 장악 ‘우신 피그먼트’
기술 국산화 잇단 성공 ‘강소기업’
콘크리트에 액상 안료를 섞어 색을 입힌 경기 파주 헤이리 식물감 각미술관. 우신 피그먼트 제공
콘크리트 빌딩이나 도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색은 ‘회색’이다.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최근까지 대형건물이나 도로에는 콘크리트에 별다른 색을 입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 있는 예술인의 집이나 식물감각미술관처럼 여러 가지 색을 입힌 건물이나 도로들이 각광받고 있다.
예쁜 디자인은 기업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식경제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예쁜 디자인의 제품을 개발한 기업 가운데 46.1%는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의 품질, 시장점유율, 인지도, 수익률이 모두 향상됐다. 디자인이 경쟁시장에서 기업의 성공을 이끄는 핵심동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처럼 제품에 색을 입힐 때 필요한 것이 ‘안료’다. 섬유를 염색할 때 염료를 쓰는 것처럼 콘크리트, 플라스틱, 고무 등의 제품을 염색할 때는 안료를 쓴다. 국내 친환경 액상 안료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우신 피그먼트라는 중소기업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사에서 수수한 차림의 장성숙 대표(57·사진)를 만났다.
○ 길거리에 색을 입히는 기업
우신 피그먼트 직원들이 안료의 농도가 적당한지 충남 당진의 연구소 실험실에서 검사하고 있는 모습. 우신 피그먼트 제공무기안료 및 착색제 전문 제조업체인 우신 피그먼트는 40명의 직원이 지난해 40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1977년 창업한 뒤 제조공정에서 공해를 최소화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면서 매출 기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다.
안료는 품질에 따라 kg당 1000원대부터 10만 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이 회사는 2만 원대 이상의 고품질 무기안료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페인트 회사와 플라스틱 제조업체다. 장 대표는 “최근에는 건물 외관에 페인트를 칠하지 않고 콘크리트에 직접 안료를 섞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건설 회사나 건축 설계사들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건물에 페인트를 칠하면 시간이 지나 페인트가 부식되거나 색이 바래지만 콘크리트에 직접 안료를 섞으면 반영구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변색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페인트칠을 하는 것보다 친환경적이고 더 자연스러운 색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제품의 특성상 색상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해 연구개발실에 색채전문가 두 명을 두고 있다. 색채전문가 조은별 씨(28)는 “디자인에는 색상이 매우 중요한데 고객마다 원하는 색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파주 헤이리 문화예술인 마을, 리움미술관, 에버랜드 등의 건물과 도로 등에 우신 피그먼트의 친환경 무기안료가 사용됐다.
○ 성공 비결은 기술 국산화
고교 졸업 후 작은 페인트가게에서 일하던 장 대표는 22세 때 다니던 가게를 인수한 뒤 우신 피그먼트를 창업했다.
그는 고졸 출신의 젊은 여성 사장이 영업력이 막강하고 마초적인 분위기의 국내 업체와 경쟁해서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국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가공한 뒤 완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전략을 세웠다. 1970, 8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 페인트 회사나 플라스틱 제조 회사들은 전부 일본에서 비싸게 안료를 수입하던 시기였다.
고가(高價)에 수입되던 안료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1985년부터 독일 랑세스(옛 바이에르 케미컬)의 무기안료 원재료를 싸게 들여와 국내에서 가공해 공급했다.
장 대표는 “독일에서 원재료를 사다가 곱게 빻아 색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했다”며 “입자 크기가 작고 색 편차가 없는 고품질 안료를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그 결과 철, 니켈, 코발트 등을 넣은 고품질 무기안료를 차례로 국산화할 수 있었다. 그는 “초기에는 영업에서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 당시 kg당 10달러에 거래되던 수입 안료를 7달러에 공급하면서 점차 찾는 곳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약 400개의 국내외 기업에 ‘아쿠알러(AQUALOR)’와 ‘지올러(GEOLOR)’라는 이름으로 액상·분말 안료를 공급하고 있다. 장 대표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중국 일본 등 해외 판로가 열리면 매출이 더 커질 것”이라며 “현재 국내 액상 안료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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