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3.0 시대로]한국 전체 수출 2.5% 줄었지만 對美 수출은 8.4% ‘껑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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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한미FTA 발효 100일

22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0일을 맞는다. 이어 다음 달 1일이면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1주년이 된다. 세계 1, 2위 경제권과의 FTA 협상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발효 이후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수출입, 투자, 소비자가격 등 주요 경제지표가 크게 나빠지지 않은 배경에는 두 FTA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는 한국경제가 FTA 효과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부가 중견국, 신흥국, 중국 일본과의 동시다발 FTA를 추진하는 ‘FTA 3.0’ 전략에 시동을 건 것은 한미, 한-EU FTA 연착륙에 따른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 정부 “FTA가 우리 경제 버팀목 됐다”


기획재정부는 21일 펴낸 ‘한미, 한-EU FTA 활용성과’ 보고서에서 “유럽 재정위기 등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 이들 FTA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이달 15일까지 3개월간 대미(對美)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전체 수출이 2.5%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경제 위축으로 5월 수출증가율은 ―8.3%였지만 전체 석 달간의 성적은 우수한 편이다. 특히 FTA의 관세혜택을 입은 자동차 및 부품, 석유제품은 16.8% 수출이 증가하는 등 FTA 효과가 컸다. EU로의 수출은 FTA 발효 이후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는데, 유럽 재정위기 여파를 감안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해외투자 유치 사례도 늘어났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외국인 투자 유치는 전년 동기 대비 211%, 한-EU FTA 이후 외국인 투자 유치는 3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가 가격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면서 수출이 늘어나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 기업, 중국산 저가 원료 대신 유럽과 미국의 고기능 원료로 대체해 품질을 높인 기업 등 다양한 FTA 활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 22개 품목 중 15개 품목 가격 하락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14일 기준으로 미국 및 유럽산 22개 제품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FTA 체결 전에 비해 15개 제품의 가격이 하락했다.

한미 FTA로 관세가 인하된 품목 13개 중에서는 9개의 가격이 내려갔다. 키친에이드 냉장고 가격은 한미 FTA 발효 전 550만 원이었지만 현재는 520만 원으로 가격이 5.5% 떨어졌다. 미국산 승용차인 포드 링컨MKS는 5800만 원에서 5395만 원으로 7.0% 하락했다. 체리(―48.2%) 오렌지(―17.6%) 아몬드(―8.8%)도 값이 내렸다.

한-EU FTA로 관세가 인하된 품목 9개 중에서는 6개 품목의 소비자가격이 하락했다. 테팔 전기다리미(FV9530)는 지난해 7월 1일에는 13만6000원이었지만 지금은 10만 원이며 유럽산 와인 ‘솔라티오 모스카토 다스티’는 같은 기간 1만95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23.1% 인하됐다.

하지만 중소 수출업체들의 낮은 FTA 활용도와 독점 횡포가 심한 수입 유통구조로 수출 증대와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원산지 증명서 발급 등 FTA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동칫솔과 샴푸, 치약 등 일부 품목은 가격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소폭 오르기까지 했다.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FTA의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몇 달간의 효과에 만족하지 말고 중소기업들의 FTA 활용 촉진, 수입품 유통구조 선진화 등 FTA 후속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한미 FTA#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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