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철학 ‘더’… ‘고졸신화’ 정점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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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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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비맥주 사장에 장인수 씨

주류업계의 ‘고졸 신화’가 국내 최대 맥주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오비맥주는 20일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장인수 영업총괄 부사장(57·사진)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날 신임 장 사장은 “영업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수치상의 점유율 경쟁에 연연하지 않고 낮은 자세로 고객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전남 순천 출신인 장 사장은 대경상고(현 대경정보산업고)를 졸업한 뒤 1980년 ㈜진로에 입사해 33년간 주류영업의 외길을 걸은 인물이다. 영업사원 시절 동료 선배들이 6개 영업라인을 담당할 때 19개의 라인을 자진해서 맡아 4년 동안을 매일 포니 자동차로 200km 이상을 달린 그의 부지런함은 주류업계에서 ‘전설’로 통한다. 진로에서 영업부장이 된 지 10개월 만에, 동기 중 가장 빨리 임원을 단 것도 그가 이처럼 현장에서 부닥치며 흘린 정직한 땀의 결과였다.

장 사장의 영업철학은 ‘더’라는 한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1등이 되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뛰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최근까지도 매달 1일 영업직원들에게 격려 e메일을 보내고 주류 도매업체 대표 1400명에게는 감사 문자를 보내는 일을 거르지 않고 있다.

장 사장은 오비맥주 영업총괄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전국영업지점장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그는 “내가 직접 현장을 다니는데 굳이 회의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다. 오비맥주가 생산이나 관리 부문으로 입사한 신입사원 전원을 일주일씩 현장영업에 투입하고 있는 것도 이처럼 ‘바닥(현장)’을 중시하는 장 사장의 뜻에 다른 것이다.

외국계 펀드 KKR가 대주주인 오비맥주가 영어가 서툰 장 사장을 CEO로 승진시킨 것은 국내 맥주시장 1위 자리를 굳히는 데 이 같은 그의 영업력과 부지런함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장 사장은 2년여 동안 오비맥주의 영업을 지휘하며 소매점과 음식점, 주점 등 현장을 다지고 재고물량을 줄여 소비자에게 신선한 맥주를 공급하는 데 힘써 시장점유율을 10% 이상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오비맥주는 지난해 말 15년 만에 하이트진로로부터 국내 맥주시장 1위(출고량 기준)를 빼앗았고 올해 1분기(1∼3월)에는 시장점유율을 53.8%까지 끌어올리며 하이트진로(46.25)와의 격차를 벌여나가고 있다.

장 사장의 목표는 ‘옛 맥주명가(名家) 오비맥주의 재건’이다. 그는 “젊은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카스’와 세대를 아우르는 깊고 풍부한 맛의 ‘OB골든라거’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선두업체 자리를 굳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장인수#고졸신화#영업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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