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자급제’ 한달 넘었지만 시장 반응은 ‘썰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 SKT-KT, 시행전보다 가입자 2000명 증가 그쳐

“롱텀에볼루션(LTE)은 요금이 비싸서 3세대(3G) 요금제를 쓸 건데요.”

“안됩니다. 그 스마트폰으로는 LTE 요금제에 가입하셔야 해요.”

방학을 맞아 한국에 온 유학생 김모 씨(34)는 최근 친척이 쓰던 중고 ‘갤럭시노트’를 선물 받았다. 김 씨는 한 이동통신 대리점을 찾아가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데이터통화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월 5만4000원의 3세대(3G)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리점에서는 “갤럭시노트는 LTE 단말기이기 때문에 3세대(3G) 요금제로는 가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결국 대리점 직원의 안내에 따라 값비싼 월 6만2000원의 LTE 요금제에 가입했다. 하지만 대리점 직원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김 씨는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알아본 뒤 대리점 측에 항의한 끝에 원하는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었다.

○ 단말기 자급제 가입자 거의 없어

‘중고폰’이나 해외에서 산 휴대전화 등을 쉽게 쓸 수 있게 해 휴대전화 가격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로 지난달 1일 도입된 단말기 자급제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SK텔레콤과 KT에 따르면 단말기를 통신사에서 구입하지 않고 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 카드만 개통한 가입자는 두 회사를 합쳐 지난달 약 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전이었던 4월(1만9000명)보다 2000명가량 늘어난 수치다. LG유플러스는 통신 방식이 달라 단말기 자급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신규 가입자는 월평균 100만 명이 넘는다. 단말기 자급제 시행 이후 USIM 카드만 개통한 가입자가 고작 2000명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은 제도 도입에 따른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김 씨의 사례처럼 통신사 대리점이 고객에게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잘못된 안내를 하거나 안내 자체를 제대로 안 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로서는 의무사용 약정을 하고 꼬박꼬박 통신요금을 내는 고객이 훨씬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에 단말기 자급제가 달가울 리 없다.

○ 제조사·유통업체도 머뭇거려

단말기 자급제가 도입되면 ZTE, 화웨이 등 중국 업체가 만드는 값싼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보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제도가 시작된 뒤의 현실은 달랐다. 이들이 국내 통신사에 통신장비를 팔고 있어 스마트폰 시장을 아예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 중국계 업체 관계자는 “통신사에 파는 통신장비 시장이 스마트폰보다 훨씬 큰 시장이라 통신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10만 원대 저가 스마트폰을 만들고는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당분간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휴대전화가 가전제품처럼 팔리면서 시장 경쟁이 일어나리라는 기대도 무산됐다. 휴대전화 제조사가 최신 휴대전화를 통신사에 우선 공급하기 때문에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어차피 ‘인기 상품’을 갖출 수 없어 매장을 내어줄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신 인기 스마트폰인 ‘갤럭시S3’를 통신사를 통해 우선 판매하기 시작했다. 단말기 자급제용으로 판매할 스마트폰은 인지도가 떨어지는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M’뿐인데 이 또한 판매 일정이 7월 이후로 늦게 잡혀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 단말기 자급제 고객도 통신사에서 단말기를 산 고객처럼 의무 사용 기간을 약정하면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6월에는 단말기 자급제 가입자가 다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단말기 지급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