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발(發) 악재에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일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사들인 종목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5월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에 나서 17일까지 2조7443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같은 ‘팔자’ 공세 속에서도 외국인들은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를 1000억 원 이상 순매수했다. 줄곧 하락세였던 SK하이닉스도 꾸준히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이를 두고 외국인들이 올 들어 급등한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대안으로 자동차 부품업종과 SK하이닉스를 주목한 것으로 풀이했다. 대표적 경기방어주인 통신과 식음료 분야에서도 일부 업종 대표주는 외국인들의 순매수 대상이었다. ○ 삼성전자와 현대차 대안 찾기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삼성전자를 1조3392억 원어치나 팔아치웠다. 현대차도 765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이들 두 종목은 5월 들어 10% 이상 급락했고 코스피도 1,850 선이 무너졌다.
반면 5월 외국인들의 순매수 1∼3위는 기아차, 현대모비스, SK하이닉스가 차지했다. 현대차를 파는 대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를 사들이고, 삼성전자를 팔아치우면서 SK하이닉스를 사들인 셈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추가로 사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유럽 위기까지 돌출하자 투자종목 구성이나 비중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 등을 대안으로 삼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달 초 기아차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이 7.1배로 현대차의 8.2배보다 낮은 상태다.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3월 이후 주가가 급등한 현대차 비중을 줄이고 저평가된 기아차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됐다. 외국인들은 4월부터 현대차 비중을 줄이고 부품주 투자를 늘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 실적이 워낙 좋아 이 회사 실적과 바로 직결되는 현대모비스 비중을 늘려온 셈이다.
또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매도를 시작한 5월 초부터 SK하이닉스와 삼성SDI 매수를 늘렸다. 두 회사의 실적 개선 기대보다는 삼성전자 비중을 조절하는 차원에서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됐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을 팔고 비슷한 성격을 가진 다른 종목을 사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며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10% 이상 하락했으므로 해외 리스크가 커지지 않는다면 추가 매도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형 경기방어주 주목
외국인들은 유럽 위기에 대한 경기방어주로 SK텔레콤과 KT&G를 지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15만 원대에서 5월 들어 13만 원대로 하락하면서 저평가 매력과 경기방어주 특성이 함께 부각됐다. KT&G 역시 경기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수출 증가로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에스원과 현대위아, 넥센타이어 등은 실적 개선이 예상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경기방어와 실적 개선 기대주들은 5월 들어 코스피가 6.9% 하락했지만 가격 변화가 거의 없거나 3% 이내로 하락하면서 선방했다, 삼성테크원, 락앤락, 제일모직 등은 외국인들이 순매수에 나서면서 5월 하락장에서 주가가 되레 상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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