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판검사-장군도 저축銀 비리 못막았다

  • 동아일보

금감원 출신 취업 제한되자 감사-사외이사로 대거 영입
감독보다 로비창구 활용한듯

영업이 정지된 저축은행은 물론이고 정상 영업 중인 계열사 저축은행들이 장차관, 검사, 감사원, 군 장성 등의 전직 고위직 인사를 사외이사나 감사로 대거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퇴출 저축은행의 사외이사와 감사로 일한 인사들은 부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8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지난해 9∼12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솔로몬저축은행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장태평 한국마사회장과 김동일 전 예금보험공사 이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11월 이 같은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자진 사퇴했다. 2005년부터는 김상우 전 부원장보 등 금감원 출신들이 감사직을 독차지했고 문원경 전 행정자치부 차관과 정충수 전 대검찰청 강력부장도 사외이사를 지냈다.

한국저축은행도 신재극 전 감사원 감사교육원 교수부장을 2009년 8월 감사위원으로 영입했다. 미래저축은행은 현재 장창성 전 예보 금융분석부장이 감사위원으로, 구자희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영업 정지를 면한 계열 저축은행의 감사와 사외이사는 출신과 경력이 다양해졌다. 부산솔로몬저축은행은 조성제 전 경기지방통계청장을 사외이사로 스카우트했다. 한국저축은행 계열사인 진흥, 영남저축은행은 각각 정현조 전 감사원 고위공무원과 윤대주 전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를 상근 감사위원으로 영입했다.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도 올해 3월까지 사외이사를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총장은 올해 1월 해군복지기금 5억여 원을 횡령해 복역 중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당국 출신 영입이 금지되자 권력기관 인사를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감사와 사외이사는 관료와 검찰에 ‘선’을 댈 수 있는 능력이 감사 업무보다 훨씬 중요하게 평가 받는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저축은행 영업정지#금융#은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