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 판매수수료 인하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중소기업 우수제품 전용매장 설치를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방안의 하나로 자율적인 검토를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은 “공정위의 월권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롯데와 현대, 신세계 등 빅3 백화점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 “중소기업 제품 전용 판매관인 ‘히트 500플라자’ 상설매장 개설을 검토해 달라”는 e메일을 보냈다. e메일에는 또 ‘히트 500플라자’에 입점할 중소기업 소개와 함께 이 업체들이 판매하는 제품별 이미지와 가격, 장점 등을 담은 목록도 첨부됐다. 공정위가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을 권유한 중기업체는 총 81개로 각 업체가 내놓은 제품은 생활용품, 미용기구, 화장품, 소형가전 등으로 다양하다.
공정위는 9일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히트 500플라자’ 설치 등 중소 납품업체들의 건의사항과 판매수수료 인하와 관련한 당부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앞서 중소기업진흥공단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올해 초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중기 전용판매관 설치를 요청했으나 진척이 없자 공정위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수하고 값이 싼데도 중소기업 제품이라는 이유로 백화점에 납품하기가 어렵다는 중소 납품업체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동반성장 주무부처로서 중소기업유통센터의 ‘히트 500플라자’ 설치요청에 대해 검토해달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측은 “공정위가 매장 운영에 간섭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반발했다. 일부 아이디어 제품을 제외하고는 현재 매장에 있는 상품과 겹치는 것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의 판매수수료 인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공정위의 요구를 대놓고 거절하기 어려워 고민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가 판매수수료를 조사해 제재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중기제품 상설 판매관 개설을 검토해달라고 하면 압력을 느끼지 않을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며 “이는 매장 상품 구성까지 간섭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와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있는 백화점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중기 제품을 발굴해 입점시키고 있다”며 “이미 매장 구성이 끝난 상태여서 중기 매장을 새로 열려면 기존에 입점한 업체를 쫓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동반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시장을 무시한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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