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협상 개시… 이달중 첫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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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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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중국이 2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양국은 이달에 첫 협상을 시작해 2014년 상반기까지 타결을 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중 양국은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 상무부 청사에서 양측 수석대표인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과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이 회담을 끝낸 뒤 기자회견을 열고 “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농수산물을 비롯한 민감 분야를 어떻게 보호할지를 놓고 1단계 협상을 진행한 뒤 이것이 마무리되는 대로 상품, 서비스, 투자 등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을 할 계획이다.

양국은 역외가공지역 관련 조항을 FTA 협상 체결문에 포함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을 포함한 북한 내 특정지역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정해 특혜관세를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한중 FTA를 통해 대북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농수산물 개방 합의 후 他분야 협상

한중 FTA는 과거 한미, 한-유럽연합(EU) FTA 때와는 협상 진행 방식이 다르다. 모든 무역품목을 일괄적으로 묶어 동시다발적으로 협상을 진행했던 한미, 한-EU FTA와 달리 한중 FTA는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1단계 협상에서 양국이 서로 민감한 분야를 어떻게 처리할지와 FTA 범위 설정 등을 합의한 뒤 나머지 개방수위를 놓고 2단계 협상을 한다.

1단계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본협상(2단계 협상)은 시작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중 두 나라는 협상시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천 부장은 “개인적으로는 2년 안에 마무리하고 싶다”면서도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공동연구부터 준비에만 7년이 걸렸다”며 “언제 협상이 타결될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한미 FTA 협상 때는 미국이 무역촉진권한(TPA)을 내세우며 2007년 7월을 협상만료 시한으로 못 박고, 한국은 이를 수용하는 태도로 협상에 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우리는 고추, 양파, 마늘 등 양념채소와 일부 수산·축산물을 협상 테이블에서 아예 제외하겠다는 목표를, 중국은 자동차 및 석유화학 분야의 개방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민감한 품목들이 곧 상대에게는 개방을 관철시켜야 할 품목이기 때문에 팽팽한 기 싸움이 불가피하다.

한미 FTA 때와 달리 이념적 대립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민들의 반발이 커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한중 FTA 발효 시 한국의 중국 농수산물 수입액은 향후 10년간 108억 달러 늘어나고 농업생산액은 14.7%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어명근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관점에서 한국은 교역규모 3위 국가이기 때문에 자국 이익을 쉽게 양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면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피해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일본, 한중 FTA 협상 개시에 충격

한중 FTA 개시 선언에 가장 민감해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미국, EU와 FTA를 맺은 한국이 중국과도 FTA를 타결한다면 세계 3대 시장에서 일본의 경쟁력은 그만큼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수출시장 확대를 노리는 한국이 중국과의 FTA에서 선수를 쳤다”며 “한중일 FTA를 추진해 온 일본만 외톨이가 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환태평양 FTA(TPPA) 참여와 한중일 FTA를 돌파구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최근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자동차, 보험, 쇠고기 개방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한중 FTA가 3국 FTA에 앞서 시작되면서 상황이 꼬이게 됐다. 우리 정부는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중국 시장에서 갖게 될 우리의 경쟁력이 희석되는 만큼 우선 한중 FTA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리 정부는 한중 FTA가 체결되면 중국의 관세 철폐는 물론 각종 수입규제와 비관세장벽이 완화되고 서비스시장 및 투자가 개방돼 경제적 이익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한중 FTA#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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