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제약사와 손잡고 당뇨·항암 치료제 개발 계획
지난해 매출 중 14% 신약에 사용하여 연구에 힘써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글로벌 신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해 매출 6062억 원 가운데 14%에 가까운 840억 원을 신약 개발에 사용했을 정도다.
자체 R&D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제약회사와의 제휴도 이 회사 R&D의 특징이다. 이른바 외부 유망신약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로 ‘eR&D’라고 불리는 별도 팀이 제휴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이처럼 내부와 외부의 R&D 역량을 융합하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 한미약품이 추진하고 있는 신약 개발 계획이다.
이런 전략으로 이 회사는 표적 항암제인 ‘KX01’과 비만치료제인 ‘ALS-1023’ 등 2건에 대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아직 제대로 된 신약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으나 실험을 진행하기 전 단계의 기술까지는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카이넥스사가 개발한 KX01은 암세포 대사와 성장의 핵심인 SRC 키나아제와 프리튜뷸린을 동시에 억제하는 두 가지 기능을 갖춘 신약으로 혈액암 및 전립샘암을 타깃으로 미국과 홍콩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첫 번째 천연물신약인 ALS-1023은 국내 바이오벤처인 안지오랩이 개발했다. 2상 임상에서 내장지방을 1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미약품은 3상 임상을 거쳐 2013년에는 제품화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KX01 도입을 통해 카이넥스와 협력 관계를 맺은 덕분에 경구용 항암신약 개발 기반기술인 ‘오라스커버리’를 지난해 말 수출할 수 있었다. 카이넥스는 이 기술을 적용한 덕분에 ‘오락솔’ ‘오라테칸’ 등 한미약품의 항암 신약에 대해 글로벌 임상시험을 전담할 수 있게 됐다.
한미약품은 이런 성과 외에도 다양한 R&D를 추진하고 있다. 월 1회만 사용해도 괜찮은 당뇨병 치료제라거나 내성이 있는 암의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 등이 그 대상이다. 이런 제품들은 글로벌 제약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신약 개발 연구를 이끌어가는 R&D센터인 한미약품연구센터는 중국 베이징(北京)에 현지 R&D센터를 마련해 중국 현지 기술과의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
2008년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베이징한미연구센터는 출범 초기 30여 명이던 연구인력을 현재 110명 수준으로 크게 늘렸다. 연구원의 60%가 베이징대·칭화대·선양대 등 중국 명문 대학 출신이다. 또 이 가운데 87%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일 정도로 우수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식의 해외 R&D센터가 존재하는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해외로 나가는 방식의 R&D는 글로벌 신약 경쟁에서 타이밍에서 뒤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외에도 연구환경이 국내 못잖은 중국에서 R&D를 동시에 진행해 속도를 높이겠다는 게 이 회사의 전략이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개량 신약 개발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2004년 발매한 고혈압 치료제 ‘아모디핀’은 국내 개량 신약 붐을 일으켰고, 혈전 치료제 ‘피도글’이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 복합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등의 개량 신약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에소메졸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도전하는 첫 번째 국산 개량 신약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미약품 손지웅 R&D 본부장은 “내부 R&D 역량을 외부의 잠재력과 결합시키는 투 트랙 전략이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며 “2015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대한민국 첫 신약을 한미약품이 발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