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갓길 신호등 달아 개방했더니… 시속 35km → 98km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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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정체 해소한 도로공사 ‘스마트 관리기법’

영동고속도로에 설치된 갓길 차로를 지나가는 자동차 행렬. 한국도로공사는 2014년까지 갓길 차로 등의 도로 효율 개선 대책을 통해 고속도로 정체구간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영동고속도로에 설치된 갓길 차로를 지나가는 자동차 행렬. 한국도로공사는 2014년까지 갓길 차로 등의 도로 효율 개선 대책을 통해 고속도로 정체구간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자, 수원 나들목(IC)에 도착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6시 30분.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으로 서울요금소를 통과해 수원 나들목까지 10.9km 거리를 주파하는 데 정확히 10분이 걸렸다. 퇴근길 정체가 가장 심한 시간대를 골라 일부러 ‘교통정체 체험’에 나섰지만 차량은 거의 막힘없이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렸다.

이 구간은 예전에는 극심한 퇴근길 정체에 시달리던 곳이다. 차량 소통실험에 참여했던 한국도로공사 김해 대리는 “해당 구간에서 갓길 차로제를 시행한 이후 교통 흐름이 원활해졌다”며 “특히 출퇴근 시간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차로 하나를 열어놓는 효과가 과연 얼마나 될지 알아봤다.

○ 갓길 열었더니 속도 2배 늘어난 곳도


갓길 차로제는 말 그대로 평소 비상도로로 활용되는 갓길을 주행 차로로 쓸 수 있도록 개방하는 교통관리기법이다. 경부선 수도권 구간을 중심으로 전국 20개 고속도로 구간, 총 118.6km에서 시행하고 있다. 갓길 차로는 항상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본선 통행 속도가 시속 70km 이하로 떨어질 때만 열린다.

5일 도로공사가 2007년 10월 이후 갓길 차로제를 시행한 20개 구간의 평균 통행속도를 분석한 결과 시행 전 3개월간 평균 시속은 49km였지만 시행 후 3개월간 평균 시속은 78km로 높아졌다. 갓길 개방 효과로 차량 속도가 59.2% 빨라진 셈이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곳은 경부선 부산 방향 서울요금소∼신갈 분기점(JC) 구간이다. 이 구간은 매일 출퇴근 시간마다 차가 막히는 상습 정체구간이었지만 2008년 6월 갓길 차로제를 도입한 이후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차량 평균속도가 시속 98km로 올랐다. 갓길 차로제가 도입되기 전 시속 35km의 평균속도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인 셈이다. 영동선 인천 방향 문막∼강천터널(총 12.4km)과 남해선 대저분기점∼북부산 구간(총 2.5km)도 갓길 차로제 도입 후 평균 시속이 40km씩 올랐다.

갓길 차로제가 효과를 보는 것은 추가 투자 없이 차로 하나를 더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부선 수도권 구간의 경우 공사를 통해 기존 4차로 도로의 폭을 3.6m에서 3.5m로 좁히고 원래 3.0m인 갓길 폭을 일반도로와 동일한 3.5m로 만든다.

허정철 도로공사 정체개선차장은 “현재까지 국내에 도입된 도로정체 개선제도 중 가장 효과가 큰 것이 갓길 차로제”라며 “최근에는 중앙 통제 없이 차량 속도를 자동으로 측정해 갓길 차로를 열고 닫는 시스템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2013년까지 경부선 천안 이북 구간에 양방향 모두 전면 갓길 차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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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입로 신호 조절도 정체 해소 ‘효자’

갓길 차로제 외에 정체 개선을 위한 교통관리기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진입로 신호 조절(램프미터링) 제도는 고속도로 진입부에 신호등을 설치해 교통량을 조절하는 기법이다. 서울외곽선 장수∼중동 구간 3개 나들목에 설치돼 출퇴근시간 주행속도가 설치 전보다 시속이 최대 19km 올랐다. 올해 5월부터는 서울외곽선 외에 주말 나들이 차량으로 붐비는 영동선 여주휴게소에 설치해 본선이 막힐 경우 차량 진입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명절에는 영업소 진입 교통량을 조절하며 본선 통행속도를 올리는 ‘영업소 진입조절’도 실시한다. 도로공사 측은 “램프미터링 제도로 발생하는 사회 경제적 편익이 연간 13억 원, 영업소 진입 교통량 조절로 연간 3939억 원의 편익이 생기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평일 경부선에서 시행된 버스전용차로제 역시 버스의 평균 통행속도가 시속 87km에서 94km로 8%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도로공사는 앞으로 고속도로 증축은 물론이고 이 같은 관리기법을 활용해 2014년까지 정체구간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229km로 줄일 계획이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정체 해소를 위해 709억 원을 투입한다.

김경일 도로공사 교통처장은 “기존에는 차가 막히면 ‘도로를 더 짓자’는 방침이었지만 이제 국내 현실상 도로 확대가 쉽지 않다”며 “앞으로도 기존 도로의 효율을 높이는 교통관리기법을 지속적으로 도입해 정체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고속도로 사망사고 줄이는 ‘졸음쉼터’ ▼
올해 전국에 70곳 새로 만든다


고속도로 휴게소 사이에 운전자가 잠시 쉴 수 있는 ‘졸음쉼터’(사진)가 설치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265명으로 2010년에 비해 25%(88명)나 감소했다. 2001∼2010년 10년 동안 연평균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5.5%)보다 훨씬 높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대폭 줄어든 원인에 대해 도로공사는 “지난해 설치한 ‘졸음쉼터’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졸음쉼터는 고속도로에서 잠시 쉬어가며 눈을 붙일 수 있는 공간이다. 소규모 주차장 형태로 승용차 7∼10대가 이용할 수 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7∼10월 휴게소 간 거리가 50km인 먼 곳을 우선으로 전국 고속도로 40곳에 졸음쉼터를 설치했다. 이후 졸음쉼터 한 곳당 하루 평균 차량 58대가 이용하고 있다.

도로공사 정영윤 교통안전팀장은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사이의 거리는 평균 27km로 선진국(평균 15km)에 비해 갑절 가까이 멀어 운전자들이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자는 경우도 많다”며 “차량 충돌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졸음쉼터를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응도 좋았다. 공사가 지난해 12월 22일에서 29일까지 운전자 28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203명)가 ‘효과가 크다’고 답했다. 도로공사는 올해 12월까지 전국 고속도로에 70곳의 졸음쉼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92곳을 추가하는 등 전국 고속도로에 총 202곳의 졸음쉼터를 설치키로 했다. 또 기존 표준형 졸음쉼터(승용차 7∼10대 이용 가능)보다 공간이 큰 확대형(승용차 15∼20대 이용 가능)도 설치할 방침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도로파손 주범인 과적차량 반드시 근절” ▼
■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


“성수대교가 무너진 원인도 과적(過積)입니다. 올해는 반드시 과적차량을 근절해 혈세 낭비를 막겠습니다.”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65·사진)은 안전한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올해 ‘과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과적차량으로 인해 도로포장과 교량유지 등에 사용하는 비용은 매년 320억 원 수준. 무리하게 쌓아올린 적재물이 떨어지는 교통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장 사장은 “모든 고속도로 요금소 입구에 고정식 축중기를 설치해 과적을 단속하고 있지만 ‘축’을 늘리는 방법으로 진입하는 차량도 있다”며 “경부선과 중부내륙선 등에 시범 설치한 무인·무정차 과적차량단속시스템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축을 늘리는 방법이란 과적 화물차 중 차량의 4개 축 외에 바퀴 달린 축 하나를 더 추가해 중량을 줄이는 편법을 뜻한다. 도로를 주행할 때는 해당 축을 제거한다. 또 하이패스 차로로 진입해 도주하는 과적 차량도 적지 않다. 장 사장은 “특별단속반과 무인·무정차 과적차량단속시스템 등을 통해 과적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올 2월 처음 선보인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도 점차 확대 설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사장은 “3월까지 전국 고속도로에 20개 알뜰주유소를 설치했다”며 “올해 안에 100개 이상 확대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알뜰주유소에서 셀프주유기를 사용하면 종전보다 130원 이상 저렴한 휘발유 및 경유를 이용할 수 있다”며 “어려운 국민 경제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기술고시에 합격한 후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지난해 6월 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교통#갓길차로#졸음쉼터#고속도로#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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