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살수록 매력”… 외국인, 북촌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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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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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삼청동 한옥 100명 안팎 거주… 게스트하우스도 인기

“소 뷰티풀! 판타스틱!”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골목. 한 무리의 외국인 관광객이 좁은 골목 양옆에 나란히 선 한옥을 카메라에 담으며 탄성을 내질렀다. 한 영국인 관광객은 “여행 전 인터넷을 통해 한옥마을이 서울 여행의 필수 코스라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한국 전통 주택의 아름다움에 놀랐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옥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지며 한옥 밀집지역인 가회동과 삼청동으로 외국인이 몰려들고 있다. 아예 주거지를 가회동과 삼청동 한옥으로 옮기는 한옥 마니아도 있고,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전통 주택의 멋을 체험하는 외국인도 증가 추세다. 외국인들이 집, 사람, 자연이 경계 없이 한 지붕 아래 공존하는 한옥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1일 종로구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가회동과 삼청동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총 318명으로 이 중 20∼30%가 한옥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프랑스와 미국에서 온 외국계 임직원의 한옥 선호도가 높다. 이들은 3.3m²당 매매가격이 4000만∼5000만 원에 육박하는 한옥을 직접 구입해 거주하기도 한다. 서울시 한옥문화과에 따르면 가회동, 삼청동 한옥을 소유한 외국인은 7명에 이른다.

가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50대 프랑스인이 9억 원대 한옥을 처분하고, 인근에 평수가 더 넓은 20억 원대의 한옥으로 옮겼다”며 “외국인 서너 명이 한옥의 방 한 칸씩을 빌려 월세로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옥을 현대식으로 꾸민 한옥형 주택도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다.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언덕에 자리한 15채 규모의 한화외교단지는 붉은 한옥식 기와에 발코니와 마당 등 서양식 주택 형태를 접목한 대표적인 한옥형 주택이다. 볕이 잘 들고 한옥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외국인 사이에선 ‘명품 주거지’로 통한다. 한화외교단지 관리사무소 직원은 “주로 외교관과 외국계 기업 임원들이 살고 있다”며 “관광코스에 자리하고 있지만 동네가 조용한 편이라 외국인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 외국인 주거 전문업체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임원들의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옥의 형태를 간직한 채 생활편의성을 높인 퓨전형 주택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와 한옥체험살이 주택에도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회동과 삼청동에 위치한 한옥 게스트하우스와 한옥체험살이 주택은 총 43채로, 하루 머무는 관광객 수만 500명에 이른다. 종로구 관광산업과 김진수 과장은 “올 한 해 종로구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객은 약 760만 명이며 이 중 40% 정도가 한옥으로 된 게스트하우스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곳저곳 둘러보지 않고 숙박업소인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것 자체를 즐기는 외국인도 많다. 지난해 문을 연 ‘가인 게스트하우스’의 김영호 대표(44)는 “집 안에서 하늘을 볼 수 있고 마루에 앉아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한옥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며 “온돌식 난방에 매력을 느껴 하루 종일 등과 허리를 ‘지지고’ 있는 외국인을 보면 이들이 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구분이 안 간다”고 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옥#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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