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는 자사가 제작하는 제품의 체질 개선에 막대한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석화연료의 고갈과 경기 침체로 ‘크고 무겁고 기름 많이 먹는 차’가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빅3’ 중에서도 포드자동차는 친환경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포드는 2008년 미국발 경기침체 후 유일하게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다. 그만큼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있었다. 이를 연료소비효율 개선에 총동원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포드는 한국 자동차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전통적인 미국차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일까. 포드는 22일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클럽에서 자사의 친환경차 전략인 ‘에코부스트(EcoBoost)’와 하이브리드 기술을 설명하고 시승을 통해 이를 체험케 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전하려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더는 예전의 미국차가 아니다’는 것이다.
에코부스트는 경제성(Economy)과 힘(Boost) 두 단어의 조어(措語)다. 연비와 성능을 동시에 높이는 기술이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추세인 다운사이징(배기량을 줄여 연비를 개선하는 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에코부스트가 적용된 사례를 살펴보자. 포드가 최근 한국에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익스플로러 2.0 에코부스트’의 배기량은 2L. 구형 익스플로러의 배기량은 2.3배인 4.6L에 달했다. 기존 모델(4.6)의 최고 출력은 213마력, 연비는 L당 6.5km였다. 2L급 신형은 배기량이 절반 이하인데도 최고 출력이 243마력을 낸다. 연비도 L당 9.7km로 크게 좋아졌다.
일반적으로 배기량이 높으면 출력이 강하다. 그런데 어떻게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오히려 더 강한 성능을 내는 것일까.
기술의 핵심은 터보차저다. 터보차저는 엔진룸 내부에 들어가는 공기를 압축해 인위적으로 강하게 밀어 넣는 장치다. 이 장치를 달면 연비를 많이 떨어뜨리지 않고도 출력을 크게 높이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연비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엔진은 연료를 한곳에 집중적으로 직접 분사해 연료효율을 크게 높여주는 직분사식을 채택했다. 차의 변속 타이밍을 최적화 해주는 가변식 캠 샤프트 타이밍 기술도 사용했다.
실제로 에코부스트가 적용된 익스플로러 2.0을 시승해 봤다. 2L급에 불과한 작은 엔진이 길이 5m, 무게는 2130kg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를 초반부터 시원스레 끌고 나갔다. 연비 L당 9.7km는 7인승 대형 SUV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배기량이 줄어들면서 주행 중 발생하는 소음도 줄었다. 또 포드가 최근 신차들에 적용하고 있는 소음차단 기술인 ‘노이즈 비전’을 사용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리를 최대한 차단했다.
포드의 그레그 스콧 수출성장본부 이사는 “에코부스트는 연비와 성능은 20%를 높여주고 탄소배출량은 15%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하이브리드와 클린디젤(청정경유) 차량을 개발하는 한편으로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가솔린 차량에 친환경성을 더하기 위한 최적의 대안”이라고 소개했다. 포드는 2014년까지 전체 라인업의 90% 이상을 에코부스트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