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매장에 웬 수입차?… “비교해보고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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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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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현대자동차 중앙시승센터 앞에서 고객들이 영업사원의 설명을 들으며 현대차 제네시스(오른쪽)와 벤츠 E300(왼쪽)을 번갈아 살펴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현대자동차 중앙시승센터 앞에서 고객들이 영업사원의 설명을 들으며 현대차 제네시스(오른쪽)와 벤츠 E300(왼쪽)을 번갈아 살펴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현대자동차 중앙시승센터.

벤츠, 렉서스 등 각종 수입차가 주차장에 들어섰다. 현대차가 이날부터 실시하는 수입차 비교시승을 위한 차량들이다. 행인들은 “왜 현대차 매장에 수입차가 있느냐”며 호기심을 보였다. 오후 들어서는 비교시승을 체험하려는 고객이 몰려 시승센터가 붐비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이날부터 서울 강남 용산 잠실과 경기 분당, 인천, 부산, 동대구 등 전국 7개 주요 거점에서 ‘수입차 비교시승센터’의 본격적인 운영에 나섰다. 현대차 홈페이지에서 시승 가능 차종을 검색한 뒤 전화로 예약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시승센터는 현대차 5개 차종(제네시스 그랜저 쏘나타 i30 벨로스터)과 수입차 6개 차종(BMW 528i, 벤츠 E300, 렉서스 ES350, 도요타 뉴캠리2.5, 폴크스바겐골프1.6TDI, 미니쿠퍼SE)을 마련했다. 수입차는 최신형으로 갖췄다. 렌터카업체로부터 내년 2월까지 대여한 것이다. 신차가 나오면 시승차량도 교체하기로 했다. 공정성을 위해서다. 이처럼 비교시승 시설을 상시 운영하는 것은 국내 자동차업계를 통틀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시승센터 설립은 국내영업본부장 출신인 김충호 현대차 사장의 아이디어이다. 김 사장은 “수입차와 비교해 밀릴 부분이 없지만 정작 이를 보여주려는 노력은 미흡했다”며 시승센터 설립을 지시했다. 최근 현대차의 품질과 상품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자신감을 갖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폭증하는 수입차 시장에 대한 견제 의도도 있다.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판매대수 10만 대를 돌파하는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유럽연합(EU), 미국과의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수입차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소비자들이 시승을 통해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시승센터 설립의 이유다. 현대차가 1월 20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한 달간 준대형차 구매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는 신차 구입 시 평균 2개 차종을 후보로 두고 고민하며 특히 44세 이하 구매자의 55%는 선택하기 전 반드시 시승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비교시승센터 운영과 동시에 이날부터 현장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수입차와 자사 차종의 비교 교육에 나섰다. 5월 말까지 전국 70개 지점으로 교육을 확대한다. 현대차와 수입차의 성능과 연료소비효율, 가격, 수리비 등을 비교한 ‘수입차의 진실’이라는 책자도 내부적으로 배포했다. 영업사원들이 고객에게 자사 차종과 수입차를 상세히 비교 설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비교시승 운영은 현대차의 자신감과 위기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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