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쇼크 1년, 한국은…]<上>국민들 의식구조 어떻게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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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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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3명중 2명 “원전 필요”… 추가 건설엔 22%만 찬성

《 지난해 3월 12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 국민의 의식구조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난해 사고 직후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원전 관련 설문조사를 했던 동아일보는 여론조사 기관인 베스트사이트, 넷포인트엔터프라이즈와 함께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3일부터 5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2명은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지금은 많이 나아졌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충격을 딛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절반 정도만 회복했어요.”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횟집 주인 박태진 씨(47)는 “지난 1년간 마음고생이 심했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노량진수산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을 총괄하는 노량진수산㈜의 김덕호 씨(39)는 “사고 이후 멀쩡한 국산 수산물까지도 (방사능 오염을) 의심받는 바람에 상인들이 거의 6개월간 장사를 제대로 못했다”며 “지난해 11월에야 겨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은 많이 줄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4만466t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송경석 씨(46)는 “원전 사고 후 매달 방사능측정기로 검사하고 있고 시장도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도 꺼림칙해하는 손님도 있다”고 전했다.

○ 아직 완전히 회복 안 돼

노량진수산시장의 이 같은 상황은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원전 사고 후 일본산 제품(농수산물, 공산품) 구입에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62.6%가 ‘일본산 제품 구입 횟수가 줄었다’고 대답했다. 방사능 검역을 마친 일본 농수산물을 섭취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전체의 61.6%가 ‘섭취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일본 여행도 아직 원상회복하지 못했다. 원전 사고 이전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고 대답한 사람은 45.7%였지만, 원전 사고 후 일본 여행을 갈 의향이 있다고 밝힌 사람은 17%로 줄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3∼4월에는 일본 여행의 95%가 취소됐으며 현재는 일본 패키지여행 상품 예약률이 후쿠시마 사고 이전 대비 70% 정도다. 특히 사고 영향권인 도쿄, 오사카 등의 동북부 지역 상품 예약률은 사고 전 대비 30∼40% 수준이다.

○ 3명 중 2명 ‘원전 필요하다’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지난해에 비해 냉정함을 되찾으면서도 불안한 모습을 동시에 보였다. ‘원전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65.9%는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원전이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비율이 36.5%로 ‘안전하다’(35.2%)보다 소폭 많았지만, 지난해 사고 직후 조사보다는 안전하다는 응답이 12.8%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해서는 ‘줄여야 한다’가 43.8%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21.7%)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원전 운영과 건설에서 가장 중시할 부분으로 응답자의 78.3%가 ‘안전성’을 꼽았다. 원전의 대안으로는 응답자의 83.6%가 태양광, 풍력, 조력 등 대체에너지라고 답했다.

최창환 베스트사이트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원전이 주는 혜택 등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농수산식품 구입, 여행 등 실생활과 밀접한 이슈에 대해서는 아직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여성이 원전에 대해서 더 민감

이번 조사 결과 원전의 안정성에 대해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내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는 여성은 44.7%로 남성 28.1%와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주부 김수경 씨(34)는 “14개월 된 아이가 먹고 마시고 입는 것에 절대로 일본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문조 교수는 “주부는 아이를 직접 보살피는 데다 집에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원전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 어떻게 조사했나
19세이상 40만명에 설문지… 응답 완료한 4000명 분석


이번 설문조사는 동아일보가 베스트사이트(대표 최창환)와 넷포인트엔터프라이즈(대표 김종문)에 의뢰해 이달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54%포인트다. 설문지는 넷포인트엔터프라이즈의 온라인 패널 40만 명에게 보냈으며 응답을 완료한 4000명을 대상으로 베스트사이트가 분석했다. 설문은 △안전성과 필요성 등 원자력발전에 대한 일반 인식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후 일본 여행 및 식품에 대한 호감도 △원전 관계자 및 전문가에 대한 신뢰도 △국내 원전 안전을 위한 방안으로 주제를 나눠 총 14문항으로 구성했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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