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의개발硏 첫 작품 “안구마우스 ‘아이캔’ 매뉴얼 공개합니다”

  • 동아일보

“재료비 총 5만 원이면 충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이상원 씨가 전신마비 환자들을 위해 개발한 안구마우스 ‘아이캔’을 쓰고 다음의 ‘로드뷰’ 화면을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이상원 씨가 전신마비 환자들을 위해 개발한 안구마우스 ‘아이캔’을 쓰고 다음의 ‘로드뷰’ 화면을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이상원 씨가 눈을 한 번 깜빡이자 컴퓨터 화면 속 ‘앵그리 버드’가 날아가 녹색 돼지 세 마리를 연달아 때려눕혔다. 다음 ‘로드뷰’ 화면도 실제 주변 풍경을 둘러보는 것처럼 시선이 이동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컴퓨터로 e북을 읽기도 쉬웠다. 오른쪽 페이지 끝에서 눈을 한 번 깜빡이기만 하면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 씨는 그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소프트웨어엔지니어 조성구 책임 등 사원 5명이 23일 자신들이 개발한 안구 마우스 ‘아이캔(eyeCan)’을 공개했다. 전신마비로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도 자유롭게 컴퓨터를 쓸 수 있게 하는 장비다.

아이캔은 안경테에 웹캠을 부착한 단순한 형태다. 한두 시간이면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개발팀의 설명이다. 제작에 필요한 재료비는 총 5만 원으로 마우스 작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무료다. 글로벌전략실 소속 유경화 대리는 “기존 안구마우스의 가격이 1000만 원이 넘어 환자 가족들이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해 저렴하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마우스 개발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강연 사이트인 ‘TED’에서 루게릭병에 걸린 친구를 위해 눈동자 움직임으로 컴퓨터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아이라이터’를 개발한 믹 에블링의 동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삼성전자 창의개발연구소의 1호 과제로 선정됐다.

▶본보 2011년 11월 4일자 B6면 삼성전자 ‘창의개발연구소’ 첫 과제는…


개발팀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난해 11월부터 활동해왔다. 이들은 우선 전신마비 환자의 가족들을 직접 만나 환자에게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이후 3개월간 환자 10명을 직접 만나 아이캔의 성능을 실험했다. 척추성 근위축증 환자로 ‘연세대 스티븐 호킹’으로 알려진 신형진 씨도 개발팀을 도왔다.

마우스 제작 재료와 방법, 소프트웨어는 홈페이지(www.samsungtomorrow.com)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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