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선 이사는 “회사에서 첫 여성 임원이 되는 꿈은 이뤘으니 유통 전문가의 꿈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여성을 이해하는 온라인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여성을 이해하는 온라인몰을 만들겠습니다.”
이달 초 롯데마트의 첫 여성 임원이 된 송승선 이사(41)는 22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본사에서 기자를 만나 “롯데마트 온라인사업부는 여성 직원의 비율이 55%에 이른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작년 5월에 입사해 온라인사업부를 총괄하는 송 이사는 롯데그룹에서 오너가를 제외하고는 두 번째 여성 임원. 그는 “주부들은 온라인몰에서도 오늘 저녁 해먹을 수 있는 신선한 먹을거리를 사고 싶어 한다는 데 착안해 배송 횟수를 하루 10회로 늘렸다”며 “올해는 상품 차별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12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3000억 원으로 잡았다.
그는 항상 ‘1번 타자’였다. 1993년 삼성 여성 대졸공채 1기로 제일합섬에 입사했을 땐 업계에서 유일한 여성 영업사원이었다. 하룻밤에 800km를 달려 고객사를 찾아가 밤새워 제품을 검사했고, ‘반짝이 분섬사’(한복에 쓰이는 망사 섬유)를 개발했다. 1997년 페덱스가 한국지사를 열었을 땐 그 터전을 닦았다. ‘페덱스라면 가능합니다’라는 광고 문구도 그가 만든 것.
클라란스코리아에선 한국시장을 잡으려면 유럽에는 없는 ‘묽은 로션’을 개발해야 한다고 프랑스 오너를 설득해 냈다. 그래서 개발한 ‘하이드라 퀀치 인핸싱 에멀전’은 클라란스코리아에서 매출 ‘톱10’에 든다. 그가 총괄한 클라란스코리아 온라인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다. 송 이사는 “법인영업, 물류, 마케팅, 온라인몰 등 유통 과정 전반을 밟아왔다”며 “유통 전문가의 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워킹맘’으로서의 역할이었다. 13세, 11세의 자녀들 얘기가 나오자 그는 “아이들이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감정을 추스르며 “여자나 남자나 우직하게 일해야 한다는 건 다를 게 없다”면서 “워킹맘으로 성공하려면 시기에 따라 우선순위와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이사는 “아이들이 어릴 땐 ‘평일엔 밤을 새우더라도 주말엔 가정에 충실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지금은 업무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여성 리더십은 ‘소통’과 ‘섬세함’이다. 그는 “협업이 잘 안 된다면 이는 ‘혈맥’이 막혔기 때문”이라며 “부하직원의 모자라는 부분을 발견해 채워주고 자신이 필요한 부분은 도움을 청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상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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