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건설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다. 시공능력평가 14위로 해외 고급건축 시공 분야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내고 있는 쌍용건설을 비롯해 동아건설산업, 범양건영, 성원건설 등이 줄줄이 매각 대상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매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쌍용건설은 우리사주조합이 주인이 되겠다고 나서 매각을 희망하는 업체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다른 업체들은 장기화되는 건설경기 침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쌍용건설 3년여 만의 인수전 재개
올해 M&A 시장에 나온 건설업체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쌍용건설이다. 지난달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때에는 최근 공격적으로 M&A를 추진하는 이랜드를 비롯해 임대주택 전문업체 부영, 기계부품 전문제조업체 일진,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 MW그룹, 국내 사모펀드(PEF) JKL, 홍콩계 PEF 아지아 등 6개사가 참여했을 정도다.
하지만 14일 예비입찰 마감에서는 독일업체 MW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모두 포기했다. 이에 따라 주채권자인 캠코는 정상적인 매각 입찰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유찰을 선언하고, 매각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인수 추진 기업들이 막판에 대거 포기한 것은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14.12%(420만 주)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다. 또 1대 주주인 캠코(38.75%·1153만 주)를 포함한 주식매각협의회 지분(50.07%·1490만 주)의 절반가량(736만 주)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이는 쌍용건설 우리사주가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인수가와 동일한 가격에 지분을 먼저 사들일 권리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쌍용건설 우리사주가 이를 행사할 경우 38.84%가 넘는 보유 지분을 가질 수 있다. 여기에 쌍용양회 등 쌍용건설의 우호지분까지 가세하면 쌍용건설 우리사주 측은 47%가 넘는 지분을 확보해 확실한 1대 주주가 된다.
실제로 2008년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재무적 투자자로 ‘H&Q 국민연금 펀드’를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 중견 건설사들도 줄줄이 대기 중
시공능력순위 50위권 안팎의 중견 건설사들도 매각 수순을 밟기 위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순위 55위인 동아건설산업, 58위인 범양건영, ‘상떼빌’ 아파트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은 성원건설 등이다.
범양건영은 8일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결과, 중견 건설업체 두 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다음 주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정밀실사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성원건설은 29일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뒤 다음 달 5일부터 예비실사 등을 거쳐 4월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최대주주인 프라임개발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며 매물로 나오게 된 동아건설도 상반기에 매각을 추진한다. 하지만 중견 건설사들의 M&A가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건설경기가 워낙 침체돼 있고, 이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특화된 분야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계획보다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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