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여권사진을 신청할 때 바로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려다 동네 사진관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놀란 외교부는 26일 “시행 범위와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외교부는 이달 초 행정안전자치부와 함께 ‘여권사진 얼굴영상 실시간 취득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권 신청인이 따로 사진을 찍어 제출하던 과거와 달리 여권 접수기관(지방자치단체 혹은 재외공관)이 접수창구에서 실시간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시스템이다. 당시 외교부는 “신청인이 사진을 찍어 가져와야 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사진 조작 가능성도 차단돼 한국 여권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소식이 알려지자 동네 사진관들은 “정부가 동네 상권까지 빼앗아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디지털카메라의 발달로 사진업 종사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새 시스템 도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사진협회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무료여권촬영 중지 궐기대회’를 열고 외교부 청사 앞에서도 항의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전국에서 올라온 사진업 종사자 1200여 명이 모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했다. 이에 앞서 협회 관계자들은 외교부에 사진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이 시스템 도입의 철회를 요구했다.
파장이 커지자 외교부는 26일 논란이 된 시스템의 도입 취지와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며 신중한 추진 방침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진촬영 서비스를 당장 전면 실시하는 것이 아니고 우선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상황을 봐가면서 점진적으로 국내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새 서비스는 스웨덴 스위스 체코 등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시행하는 것으로 세계적인 추세이고 여론의 호응도 좋다”면서도 “서민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감안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도 충분히 듣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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