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3초 혁명’… 디지털 경제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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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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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달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제2의 경제는 실물경제에 종속된 작은 규모의 존재가 아니라 앞으로 20년 내에 실물경제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커져 비즈니스 지형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DBR 그래픽
정보기술의 발달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제2의 경제는 실물경제에 종속된 작은 규모의 존재가 아니라 앞으로 20년 내에 실물경제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커져 비즈니스 지형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DBR 그래픽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10년 전인 1850년 미국 경제 규모는 이탈리아보다 조금 큰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40년 뒤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40년 만에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철도였다. 철도는 동부와 서부, 내륙과 해안을 연결했고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했으며 철강산업과 제조업을 발전시켰다.

오늘날에도 이런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유전공학 또는 나노기술에서 그런 변화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필자는 정보기술 분야에서 컴퓨터, 소셜미디어, 전자상거래의 차원을 뛰어넘는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바로 디지털화된 제2의 경제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제2의 경제 혹은 디지털 경제가 유형의 상품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즉 눈에 보이는 제1의 경제처럼 호텔 방의 침대를 정리해주거나 아침에 마실 주스를 갖다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2의 경제는 전체 경제에서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건축가의 건물 설계 지원, 매출과 재고 파악, 상품의 이동, 실물 및 금융거래 실행, 제조 설비 조작, 설계 관련 계산 수행, 고객용 청구서 발급, 환자 진단, 복강경 수술 시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항공산업의 사례를 보면 과거에 비해 제2의 경제가 얼마나 큰 역할을 담당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20년 전에는 비행기에 탑승하려면 공항에서 카운터로 걸어가서 종이 항공권을 항공사 직원에게 제시해야 했다. 직원은 승객 정보를 컴퓨터에 등록하고 편명을 알려주고 수하물을 체크인했다. 이 모든 일을 사람이 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공항에 들어가면 우선 기계부터 찾는다. 상용고객카드 또는 신용카드를 삽입하면 3∼4초 만에 탑승권, 영수증, 수하물 태그가 발급된다. 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 3∼4초 동안 일어나는 일이다. 카드가 삽입되는 순간 전적으로 기계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거대한 대화가 시작된다. 탑승객의 이름이 확인되면 컴퓨터는 탑승객의 등급을 항공사에 확인하고 과거의 비행 이력과 이름을 교통안전국 및 국가안보국에 확인한다. 그 다음으로는 탑승객의 좌석 선택, 상용고객 상태, 라운지 이용 자격을 확인한다.

이 같은 전례 없는 무언의 대화는 여권 관리, 출입국 사무, 연결 노선 등의 과정에서 다수의 서버와 서버 간, 위성과 컴퓨터 간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항공기의 정확한 하중 배분을 위해 기계는 탑승객 수와 좌석 위치를 조정해 동체의 앞 또는 뒤에 너무 많은 무게가 집중되지 않도록 한다.

사시나무가 자라고 있는 땅 1에이커(약 4047m²)를 파보면 땅속으로 10마일(약 16km)에 걸쳐 뿌리가 서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제2의 경제는 이 사시나무의 뿌리와 같이 실물경제의 표면 아래 가려져 있지만 상호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체계다. 2025년 제2의 경제는 1995년 실물경제 규모에 도달하게 되며, 약 20년 뒤면 실물경제의 규모와 같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제2의 경제가 초래할 변화의 흐름을 잘 타거나 선도하는 기업들이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예를 들어 15년 뒤에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교통 흐름 속에서 다른 차와 소통하면서 충돌하지 않고 최적의 경로를 스스로 찾아 달리는 자동차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제2의 경제는 전혀 다른 세상을 우리에게 만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어두운 이면을 수반한다. 제2의 경제와 관련해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일자리에 미칠 악영향이다. 20세기 초 농업이 기계화되면서 농장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고 그로부터 수십 년 뒤 제조업이 기계화되면서 공장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던 것처럼 제2의 경제도 많은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오늘날 과거에 비해 제도사, 전화 교환수, 타자수 그리고 부기원의 수는 크게 줄었다. 이들의 업무가 디지털화됐기 때문이다. 제2의 경제는 21세기 또는 그 이후에도 성장의 견인차가 되어 번영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과실을 누릴 수는 없다. 조용히 형성되고 있는, 광대하고 상호 연결된, 생산성이 매우 높은 제2의 경제 시대에 어떻게 이익을 얻을 것인지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

W 브라이언 아서 샌타페이 인스티튜트 겸임교수  
정리=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이 글의 전문은 DBR 97호(1월 15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7호(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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