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됩시다]“테마주, 투자경고 단계서도 매매정지 검토”

  • 동아일보

‘긴급조치권’ 발동에도 테마주들의 상승세가 가라앉지 않자 금융 당국이 문제가 있는 테마주들을 조기 거래 중단시키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한국거래소는 11일 “근거 없이 급등락하는 정치 테마주가 주식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투자경고를 받은 종목에 대해서도 거래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매매를 중단시킴으로써 ‘폭탄 돌리기’에 끼어들려는 투자자들을 차단해 테마주의 과열을 막겠다는 의지다.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통했는지 이날 정치 테마주들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EG(―15.0%), 비트컴퓨터(―14.9%), 오늘과내일(―14.9%), 바른손(―14.9%), 안철수연구소(―10.5%) 등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재 거래소는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의 3단계를 거쳐 매매정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5일간 75% 이상 올랐거나 △20일간 150% 이상 상승했거나 △20일 중 5일 이상 소수 계좌로 거래가 집중되는 등의 사유로 투자주의 종목이 된 데다 100% 이상 상승했다면 투자경고 종목이 된다. 투자경고 대상이 된 뒤에도 또 5일간 75% 상승하거나 20일간 150% 오르면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한다. 이후 다시 연속 3일간 최고가를 경신해야 매매거래를 정지한다.

거래소는 이러한 현행 틀을 유지하지만 투자경고 때 주가가 급등하면 곧바로 매매거래 정지를 내리는 ‘속전속결’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된 뒤 거래정지를 유예하는 기간을 현행 3일에서 더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의 이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테마주 열기가 식을지는 미지수다.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거래가 불붙을 수 있는 데다 금융 당국이 테마주의 주가조작 의혹을 밝혀 검찰에 고발하기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보통 주식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면 거래소의 조사, 금융감독원 자체 조사, 증권선물위원회의 자문기구인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의 심의, 증선위 의결을 거쳐 검찰에 고발된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에서 조사하는 데도 몇 개월이 걸리는 데다 금감원의 자체 조사에서도 보통 1개월 이상이 걸린다. 이후에 거쳐야 하는 자조심이 한 달에 한 번, 증선위가 한 달에 두 번밖에 열리지 않아 이 과정에만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러간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증시를 흔든 대현에 대한 조사는 해를 넘겨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검찰 고발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세 조종세력들은 첨단 수단을 이용해 날아다니는데 당국의 조사는 기어가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근본적인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은 “테마주가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고 거래하는 어리석은 개미는 없을 것”이라며 “‘나만 수익을 보고 빠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매매에 나서지만 언젠가는 거품이 빠지고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탐욕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시장이 회복될지에 대한 신뢰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는데 돈은 넘쳐나다 보니 자금이 시세를 쫓아가는 비이성적 상황”이라며 “대박 수익률을 노리고 추종매매에 나서기보다는 상승에 ‘이유와 논리’가 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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