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기대 복합적… 정치참여 어려움 이겨낼수 있을지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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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로 출국전 밝혀… ‘대선 직행’ 현실화하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8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등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인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8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등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인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8일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해 “열정을 갖고 계속 (정치라는)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새해 들어 정치 참여 문제에 속내를 밝히기는 처음으로, ‘안철수 대선 직행설’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안 원장은 정치권의 쇄신 바람에 대해 “아직 진정성을 느끼기는 이르다. 선거 때만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해야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며 “나름대로의 쇄신 노력이 평소보다 강도가 세지만 국민이 원하는 바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쇄신 노력이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로 해석될 수 있다.

안 원장은 이날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기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잇따라 만나 ‘정치와 사회 기여 방법을 고민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원장은 9일(현지 시간)에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11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를 만나고 서울대 교수 채용을 위해 학자들과 면담할 계획이다.

[채널A 영상] 안철수 “정치참여 고민중…쇄신조치 진정성 없다”

○ 안철수 “정치는 이전에 내가 하던 일과는 달라”


안 원장은 정치 입문 여부에 대해 “어떤 선택이 의미가 있는가.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인가. (내가) 균형을 잡고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고 말해 대선을 앞두고 깊이 고민하고 있음을 털어놨다. 그는 “의사를 그만둘 때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미 오래 연구해서 열정을 갖고 잘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이것(정치 참여)은 다른 것 같다”며 “정치는 이미 많은 분이 하고 있는데다, 이전에 내가 하던 일과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에 대해서는 ‘게스워크(guesswork·짐작)’만 하고 있다. 상상밖에는 방법이 없다”라고도 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기대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의 기대 사항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새해 일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로 1위를 기록한 데 대해서는 “정치에 아직 발을 디딘 사람은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큰 관심은 없다”고 했다. 안 원장은 “(기자들이 내) 공항 패션을 취재하러 나온 줄 알았다. 이번 출장에서는 (정치를) 고민하지 않는다. 정치에 대한 고민을 하려 했다면 샌프란시스코 등이 아니라 (정치 중심지인) 워싱턴으로 가지 않겠는가”라며 “지금은 학교 일과 재단 일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이를 마무리 짓는 게 우선순위고, 그 후 나머지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 재단에 대해서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발기인대회 등 (재단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일련의 행동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재단 이사진 구성도 그때 마치겠다고 했다. 그는 “평생 이룬 것의 절반(안철수연구소 보유 주식 절반)을 바쳐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진정성을 갖고 하는데, 그것 자체가 바로 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빌 게이츠도 처음 기부 재단을 시작하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시행착오도 많이 했을 텐데 (재단 관련) 이야기를 듣는 게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출장은 ‘안철수식 대선 행보’


안 원장은 아직 고민 중이라고 했지만 그의 발언을 접한 정치권은 결국 그가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방미 시기. 역대 주요 대선주자들은 대선이 있는 해 초에 미국을 방문해 한미동맹 강화, 글로벌 이미지 구축 등의 정치적 효과를 노렸는데 안 원장의 이번 일정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 비대위원장도 2007년 2월 미국 워싱턴과 보스턴을 방문해 유력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빌 게이츠와 에릭 슈미트라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거인들과의 만남 자체도 만만찮은 정치적 파괴력을 갖고 있다. 혁신가로 통했던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두 명 모두 여전히 세계 IT의 주춧돌이자 기부(게이츠), 디지털 융합(슈미트) 분야의 거목이다. 한국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돈 문제 등으로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은 ‘글로벌 IT 리더’로서의 이미지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 안 원장은 지난해 11월 정치권의 러브콜과 검증 요구에 대해 안철수연구소 보유 주식 절반의 사회 환원 카드로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화에 성공하며 ‘나눔’ ‘배려’ ‘봉사’ 이미지를 정치적 자산으로 만들었다.

미국 방문에 안철수연구소 관계자가 동행하는 등 연구소가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안 원장이 이제부턴 대선을 향해 신발 끈을 조이겠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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