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어윤대 KB금융지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금융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4대 천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들은 연배가 비슷한 데다 지연, 학연으로 얽혀 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전부터 돈독한 교분을 이어왔다. 》 하지만 4대 금융지주 수장(首長)이 되면서 회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선 대통령 앞에서도 설전을 벌이고, 힘을 합쳐야 할 대목에서는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등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 강만수 회장-이팔성 회장
4명 중 가장 날카롭게 대립한 사람은 강만수 회장과 이팔성 회장이다. 두 사람은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맞섰고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할 때도 대립했다. 금융당국이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를 불허하는 바람에 대결구도는 일단락됐지만 당시 두 사람은 사석에서 서로에게 격한 말을 쏟아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6일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이때 강 회장은 “보유외환을 저리에 국내 은행에 빌려주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은행들이 해외에서 비싼 달러를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회장은 “보유외환은 국가의 마지막 보루이며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손을 벌리면 국내 은행권의 상태가 그만큼 안 좋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다른 참석자에게 ‘누구 말이 맞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김승유 회장-어윤대 회장
경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인 김승유 회장과 어윤대 회장은 엇박자를 보였다. 8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대출총량 규제책을 내놓자 어 회장은 같은 달 23일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므로 예대율 규제 강화 등 정부정책에 발맞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김 회장은 “직접 규제도 좋지만 가계대출 문제는 대손충당금을 이용한 간접 규제도 필요하다”고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가시화되면서 두 사람은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을 사이에 놓고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였다. KB와 하나는 모두 소매금융 비중이 높아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한 구조다. 과거 외환은행은 현대차의 독보적 주거래은행이었으나 어 회장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의 관계 등을 이용해 현대차와의 거래를 크게 늘린 점도 김 회장을 자극했다. 어 회장은 정 부회장의 대학 은사이자 KB금융 회장 전까지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 어윤대 회장-강만수 회장
어 회장과 강 회장 사이에는 잠깐 긴장국면이 있었다. 4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이 모인 자리에서 강 회장은 분사한 지 두 달째인 KB국민카드가 과당경쟁을 벌인다는 뉘앙스로 ‘저축은행이 할 일을 카드사들이 하고 있다. 카드업은 고리대금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어 회장은 “KB국민카드는 점유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마치 우리가 과당경쟁을 촉발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고 반박한 것.
하지만 이후 어 회장은 ‘강만수 예찬론자’를 자청하며 여러 차례 강 회장을 칭찬했다. 7월 언론 인터뷰에서 “밖에 나가면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인 강 회장만 한 사람이 없다.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니 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어 회장은 보유외환 논쟁 때도 강 회장 의견을 지지했고 11월에는 “유럽 위기 이후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KB금융처럼 외국인이 대주주인 회사들은 쉽지 않다. 유일하게 대형 인수합병(M&A)을 할 수 있는 산은금융을 적극 밀어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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