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2011년 베스트 마케팅 ‘아프니까 청춘이다’ 성공비결

  • 동아일보

목마른 청춘, 대한민국 20대… 아픔 공감하니 가슴을 열다

2010년 12월 24일, 서점가에 깔린 한 권의 책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2006년 11월 출범 이후 ‘이기는 습관’(2007년) ‘가슴 뛰는 삶’(2008년) ‘세상에 너를 소리쳐’(2009년) 등 매년 빠짐없이 베스트셀러를 내놓은 출판사 쌤앤파커스의 신간이었다.

도서 분야는 자기계발서나 소설, 재테크 서적처럼 대중적 인기를 얻기 쉬운 분야와는 거리가 먼 에세이. 타깃 독자층은 책을 잘 안 읽기로 유명한 20대. 저자는 책을 내서 1000부 이상 팔기 어렵다는 출판계 속설의 주인공인 대학교수. 외부 조건만 놓고 봤을 땐 수많은 도서 가운데 그저 그런 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이 책은 출간 2주 만에 판매부수 5만 부를 돌파하더니 8개월도 채 안 된 올해 8월엔 한국 출판사상 최단기간 밀리언셀러 진입 기록(에세이 부문)을 세웠다.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부수는 총 146만 부. 현재 서점에는 552쇄본이 깔려 있다. 바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경이로운 실적이다. 2011년 DBR(동아비즈니스리뷰) 베스트마케팅 사례로 꼽힌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성공 요인을 집중 분석한다.

○ ‘세상에 너를 소리쳐’의 성공에서 얻은 확신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출간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김난도 교수의 특별 강연회 모습. 예상 참석 인원 1000명을 훨씬 넘어 2400여 명이 몰려드는 성황을 이뤘다. 쌤앤파커스제공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출간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김난도 교수의 특별 강연회 모습. 예상 참석 인원 1000명을 훨씬 넘어 2400여 명이 몰려드는 성황을 이뤘다. 쌤앤파커스제공
쌤앤파커스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기획에 들어간 것은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들의 자전적 에세이 ‘세상에 너를 소리쳐’가 인기몰이를 하던 2009년 초다. 권정희 쌤앤파커스 편집2팀장은 “‘세상에 너를 소리쳐’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연예인이 쓴 책이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빅뱅 멤버들이 10대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았기 때문”이라며 “그들의 말투와 어조로 이야기하는 법만 찾아낸다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또 다른 베스트셀러 제조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쌤앤파커스는 최근 젊은이들을 위한 책이라곤 재테크에 미치라는 식의 자기계발서 아니면 ‘88만 원 세대’처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종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준혁 쌤앤파커스 이사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막막함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격려라고 보고 이를 감동적으로 전달해 줄 에세이 기획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 밀리언셀러의 단초가 된 ‘슬럼프’


수필 작가 찾기에 골몰하던 쌤앤파커스의 레이더망에 슬럼프에 빠져 고민하는 제자에게 어느 교수가 써서 보낸 장문의 편지 글이 포착됐다. 바로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슬럼프’였다. 김 교수는 후일 이 편지글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려놓았는데, 이 글이 인터넷 공간에서 수많은 ‘펌질’(인터넷에서 남의 글을 복사해 올리는 활동)을 당했다. 인터넷 포털에서 ‘김난도’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슬럼프’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였다. 바로 이 글이 쌤앤파커스 기획팀의 눈에 띈 것이다.

쌤앤파커스는 위엄이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신의 방황에 대해 제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진심 어린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김 교수의 소통 방식에 주목했다. 권 팀장은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문체 대신에 쉬운 용어와 대화체 문장, 그러면서도 따끔한 지적을 적절하게 버무리는 김 교수의 필력을 보고 신간 에세이를 집필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대학생에서 20대 전체로 타깃 연령층 확대 편집


2010년 10월, 김난도 교수에게서 최종 원고를 받아든 쌤앤파커스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원고 피드백을 받았다. 거의 모든 직원이 “대박감이다” “정말 좋다” 등의 평과 함께 “현재 대학생으로 국한돼 있는 타깃 독자층을 20대 전체로 확대하면 ‘초대박’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대학교수가 저자로 나선 만큼 대학생들을 메인 타깃으로 집필한 원고이긴 하지만 메시지 자체가 20대 전체에게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타당성을 갖춘 만큼 수정, 보완 작업을 거치자는 의견이었다. 이에 따라 쌤앤파커스는 김 교수에게 원고 수정, 보완을 요청했다. 아주 단순하게는 원고 곳곳에 ‘대학생’으로 지칭된 부분을 ‘20대’나 ‘젊은 그대’ 등으로 고치는 일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20대를 위한 새로운 원고(예: 교정을 나서는 그대에게)를 추가 작성하는 등의 작업을 했다.

편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한 글도 있다. 원래 김 교수가 출판사에 보내온 여러 편의 글 가운데에는 세대 간 불균형 관점에서 사회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글도 몇 편 있었다. 하지만 쌤앤파커스 측은 위로와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멘토링 에세이’라는 당초 기획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종 편집에서 이 원고들을 제외했다.

○ 누리꾼 및 트위터 사용자 정조준한 입소문 마케팅


쌤앤파커스는 12월 24일 출간일 ‘D데이’에 앞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사전 입소문을 내는 전략을 택했다. 우선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실린 내용 중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구절 대여섯 문장을 골라 ‘아포리즘(aphorism·격언)’ 이미지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을 출간 2주 전인 12월 10일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취업 관련 커뮤니티 등 20대 타깃 독자층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120여 곳에 보내며 신간 알리기에 나섰다. 책 출간 직후인 27일부터는 트위터를 이용한 마케팅에 집중했다. 140자 글자 수 제한에 맞춰 책에서 짧은 문구들을 골라 15개의 샘플을 만든 후 파워 트위터 유저들에게 집중적으로 홍보함으로써 트위터 사용자들 간에 입소문이 퍼지도록 했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성공 요인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성공 뒤에는 무엇보다 쌤앤파커스의 탁월한 출판기획 역량의 공이 크다. 위로와 격려를 갈망하고 따뜻한 멘토를 갈구하는 사회 트렌드를 어떤 출판사보다도 빨리 간파했고 이를 글로 풀어 소통할 최적의 인물을 저자로 내세워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비판은 완전히 배제한 채 오로지 방황하고 불안해하는 청춘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 역시 20대 타깃 독자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이 됐다. 권 팀장은 “간혹 ‘아프니까 청춘이다’에는 사회 비판적 시각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곤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의도된 전략적 판단이었다”며 “바로 이 때문에 엄청난 성공을 불러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한 사전 마케팅에 더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초기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해서 초반에 확실한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는 점도 주효했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어 점차 책에서 멀어지는 20대들에게서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종이보다는 인터넷에 익숙하고 긴 호흡의 글보다는 트위터처럼 짧은 글에 반응하는 그들만의 소통 방식을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5호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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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실천적 지혜를 갖춰야

▼ Harvard Business Review


세상에 널린 수많은 지식은 3년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거나 리먼브러더스와 워싱턴뮤추얼의 도산을 예방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제너럴모터스나 서킷시티가 파산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 이 정도로 리더십이 절실한 때가 없었고, 이 정도로 실망한 적도 없었다. 왜 지식은 현명한 리더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지식을 부족하게 사용하고 있고 올바른 종류의 지식을 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CEO가 조직 전체에 걸쳐 실천적 지혜를 고양시키면 새로운 지식이 창출될 뿐 아니라 통찰력 있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실천적 지혜를 갖추고 기업을 이끌기 위한 지도자의 6대 역량을 제시했다.

‘솔직히 말해서’의 진실은

▼ Mind Management


이연희(가명·30) 씨는 얼마 전 석 달 남짓 사귀던 ‘장난 아닌 스펙’을 가진 남자와 헤어졌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그는 썩 괜찮은 사람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그의 말투였다. 그는 어떤 말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솔직히 말해서”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그 어떤 말도 솔직하게 진심으로 와 닿지 않았다. 우리는 누구나 약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를 상대방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솔직함과 진심을 가장하게 된다. ‘진심’이란 말이 진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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