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100조 넘어서… 은퇴자들 창업 급증 여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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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은 가계대출의 2배

일자리를 찾지 못한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창업이 급증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100조 원을 넘어섰다.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계부채에 가깝다. 최근 경기침체로 자영업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자영업대출이 가계부채의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농협 등 5개 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달 말 현재 102조8000억 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92조8000억 원)보다 10조 원(10.8%)이나 급증해 처음으로 100조 원 선을 넘어섰다. 이 같은 증가율은 올해 1∼3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4.2%)의 2.5배 수준이다. 10조 원이라는 증가액은 지난해(4조1000억 원)와 비교하면 2배를 훨씬 넘는 규모다.

2009년과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이 각각 2조1000억 원이던 국민은행은 올해 증가액이 5조2000억 원에 이른다. 2009년 2700억 원이던 신한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은 2년 만에 10배로 커져 올해는 무려 2조6000억 원에 달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이 1800억 원 늘었으나 올해는 1조1000억 원 급증했다. 농협도 올해 1조 원 넘게 증가했다. 이처럼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창업 급증과 은행들의 과당 경쟁이 맞물린 결과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40, 50대가 자영업 창업에 뛰어들면서 올해 들어 11월까지 자영업자 수는 13만 명 넘게 늘어 총 566만 명에 이른다. 자영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자영업자 수는 2005년 이후 매년 감소했으나 올해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상품을 출시해 자영업자 대출 확대에 ‘다걸기’를 한 결과 올해 들어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면 그 빚이 고스란히 창업자 가계의 빚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가계부채라고 할 수 있다”며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내수침체가 본격화되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덩달아 올라가고 금융기관 건전성도 악화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이미 오르는 추세다. 하나은행의 올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1.08%)은 가계대출 연체율(0.45%)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다른 은행들도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2분기를 저점으로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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