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관련 불공정행위 첫 적발… 공정위, 제스프리 4억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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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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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인하 칠레산 안돼… 뉴질랜드 키위만 팔아라” 압력

세계 최대 키위 수출업체인 뉴질랜드의 제스프리가 국내 대형마트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저렴해진 칠레산 키위를 팔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다 적발됐다. FTA와 관련해 외국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칠레산 키위 판매금지’ 조건을 내걸고 국내 대형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한 뉴질랜드 키위 수출업체 제스프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27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스프리는 경쟁품목인 칠레산 키위의 관세율이 내려가면서 국내 판매가 늘어나자 국내 대형마트에 칠레산 키위를 팔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서 칠레산 키위는 올해 12.4%의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고 2014년부터 무관세 품목이 될 예정이다.

반면 뉴질랜드는 2009년부터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뉴질랜드산 키위에는 45%의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스프리는 지난해 3월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이마트의 유통관련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에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직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2009년 칠레산 키위로 16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이마트는 지난해에는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았다. 제스프리는 이어 올해 1월부터는 롯데마트와도 같은 내용의 직거래 계약을 했다.

제스프리가 국내 대형마트에 이 같은 압박을 가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국내 키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에서 생산한 키위를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하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뉴질랜드산 키위는 모두 제스프리가 공급하고 있어 지난해 대형마트 키위 매출액의 67.2%를 점유하고 있다.

제스프리가 칠레산 키위 판매를 막아서면서 칠레산 키위의 대형마트 판매는 절반가량 줄어들었고 시장점유율 역시 2009년 7.5%에서 지난해 5.9%로 떨어졌다. 반면 저렴한 칠레산 키위가 판매되지 않으면서 같은 기간 대형마트에서 제스프리의 키위 가격은 13%가량 올랐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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