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거래 사상 첫 3경원 넘어설 듯

  • 동아일보

2011년 정부 예산 100배 육박… 초단타매매자 거래 늘어난 탓

올해 파생금융상품의 거래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3경(京·조의 만 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스캘퍼로 불리는 초단타매매자의 시장 참여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1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파생금융상품의 예상 거래규모는 3경350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금액은 2011년 정부 예산 309조567억 원의 100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장내 거래대금은 1경4266조 원으로 연말까지 예상 거래대금은 1경7119조 원이고 장외 거래대금은 6월 말까지 6614조 원으로 연말까지 1경322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투기성이 강한 파생금융상품은 주가지수선물 및 옵션, 달러선물, 국채선물,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장내 파생상품’과 주식, 이자율, 통화, 신용 등과 연계된 ‘장외 파생상품’으로 나뉜다.

한국 파생금융상품 거래규모는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27%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2006년 1경 원 남짓에서 2008년 2경1148조 원으로 늘었다. 특히 한국거래소의 장내 파생상품 거래량은 세계 주요 거래소 가운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37억5200만 계약으로 2위인 독일 거래소 18억9700만 계약의 두 배에 이른다.

장내 파생거래가 급증세를 보이는 것은 스캘퍼의 시장 참여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들어 파생상품 계좌 수는 지난해 말에 비해 거의 변동이 없다. 증시 전문가들은 “계좌 수는 변동이 없는데 거래량이 늘었다는 것은 거래빈도가 높은 거래자, 즉 스캘퍼가 많이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법인이 이용하는 장외시장도 매년 커지고 있지만 성장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둔화되는 추세다. 장외 거래규모는 2007년과 2008년 각각 전년 대비 72.6%와 45.8%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2009년 4.9%, 2010년 7.2%에 그쳤다. 이는 정부가 선물환 거래 등 외환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장외거래의 70%를 차지하는 통화 관련 파생상품 거래가 위축된 까닭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2008년 장내 거래대금은 장외 대금보다 4000조 원 남짓 적었으나 2010년에는 장내 대금이 538조 원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위험한 파생거래에 대해 기업은 규제하고 개인투자자는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의 파생거래를 막을 순 없지만 억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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